20대·저소득층 직격탄, 코로나로 ‘건강 양극화’ 심화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29 00:25

업데이트 2021.08.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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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06면

건강 불평등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악화는 20대와 저소득층에서만 심각하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전반적 건강상태는 코로나 이전인 2018년보다 좋아지거나 비슷했고, 소득계층별로도 300만원 이상에선 별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가 건강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중앙콘텐트랩과 서울대 의과대학이 벌이고 있는 사회적건강캠페인 ‘건강100세회의’가 기획하고, 건강조사기업 덕인원이 올 4월 전국 1000명을 면접 조사한 ‘한국인 건강인식 조사’(이하 건강조사) 결과다.

중앙콘텐트랩·서울대 의과대학 조사
건강 악화 20대 3년 새 11배 증가
30대 이상은 개선되거나 비슷

코로나 블루, OECD 15국 중 최다
연령·소득별 핀셋 건강 정책 시급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민 정신건강 조사를 통해 우울 평균 점수가 코로나 이후 2배 이상 높아졌다고 발표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코로나 블루에 대한 15개국 비교 조사에서 한국이 36.8%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건강조사’에서도 자살 충동이 13.1%로 2018년(4.6%)보다 2.9배 높아지고, 전 연령층과 소득층에서 우울증세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코로나블루’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연령별, 소득별로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타격은 취약 계층에만 뚜렷했고, 모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다. 이는 정부의 건강 정책이 ‘미사일요격식’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집중되도록 섬세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대의 5.5%는 ‘전반적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했다. 2018년(0.5%)보다 11배 많고, 30대(2.5%)와 40대(2.7%)보다 2배 이상 비율이 높다. 이번 건강조사는 신체·정신·사회·영적 건강 등 4개 분야를 측정했다. 이중 신체적 건강은 20대를 제외하곤, 60대 이상의 경우도 나쁘다는 응답이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전 연령층에서 나쁘다는 응답 비율은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대만 5.6%가 나쁘다고 답해 2018년(4.1%)보다 비율이 높아졌다. 20대는 우울증세도 경증(13.3%)보다 정신과 상담을 요하는 중등도 이상(13.8%)이 더 많았다. 중등도 이상이 10% 이상인 연령대는 20대와 60대(14.2%) 이상이다.

사회적 건강과 영적 건강은 특히 악화됐다. 건강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나타내는 사회적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6.6%. 2018년엔 0.5%였다. 또한 자존감과 행복, 삶의 의지 등을 나타내는 영적 건강은 10.8%가 나쁘다고 답해 2018년(2.5%)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이들 부문에서 30대 이상은 전보다 나쁘다는 비율이 줄거나 비슷했다.

#소득에 따른 건강의 분기점은 월수입 300만원이다. ‘부익건빈익병’의 건강불평등 현상은 2018년까지는 월수입 200만원 미만 계층에서 뚜렷했다. 그 이상이면 건강이 나쁘다는 비율이 4~5%대로 비슷했다. 그러나 올 조사에선 월수입 200만~300만원 구간에서 11.8%(2008년 5.7%)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다. 저소득층의 건강 악화 정도는 훨씬 심화했다. 100만원 미만의 경우 46%(2018년 29%), 100만~200만원대는 25.6%(2018년 24.3%)가 건강상태가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0만원 미만 소득자의 경우 60.3%가 육체적인 병을 호소했다. 300만원 이상 계층은 별 차이가 없다.

#이번 조사와 분석을 주도한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양극화가 심각했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세대별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20대가 취약 세대로 드러났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한 신호”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젠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오해와 이해를 분명히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국민건강 차원에서는 감염병이 창궐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모임도 줄고, 스스로 위생과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신체적 건강은 오히려 좋아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만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적인 현상으로 코로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음주와 회식이 줄어든 직장인의 경우 비만도가 줄어드는 반면, 젊은 층에선 비만도가 커지는 등 비만의 계층별·소득별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부문을 분석한 윤제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블루는 정신과 질환이라기보다 자각하는 고통감의 악화로 보인다”고 했다. 생활안정, 고용유지 등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가 정신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학적 해결보다 사회적 상담과 구직 지원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다치지 않도록 돌보는 환경’ 마련 등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ECD 코로나블루 보고서에서도 “실업과 재정적 불안을 겪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은 일반 인구보다 더 나빴다”며 “일자리, 소득보존, 정신건강 지원 정책을 즉각 실시하고, 고용주는 직원의 정신 건강 지원에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실장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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