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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hyperlocal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38호 31면

진짜 영어 5/29

진짜 영어 5/29

‘슬세권’이란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걸어서 5~10분 이내 지역을 역세권이라고 하는 것에 빗대 생긴 신조어다. 요즘엔 ‘스세권’이라는 말도 나왔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가까운 주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슬세권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으로는 하이퍼로컬(hyperlocal)을 꼽을 수 있다. 아주 좁은 지역(local)이라는 뜻이다. 하이퍼로컬은 hyper와 local을 합친 말인데 여기서 hyper는 ‘극도의, 아주 심한’이라는 뜻의 접두사다. 하이퍼마켓(hypermarket)은 수퍼마켓보다 큰, 아주 큰 마켓을 말한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은 극도의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예술 양식이다.

하이퍼로컬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이후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먼 곳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가까운 동네에서 밥 먹고 일하고 놀고 쇼핑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사람들과의 중고품 거래를 중계하는 플랫폼 ‘당근마켓’은 대표적인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거주지 6㎞ 이내 좁은 지역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당근마켓은 지난 3월 가입자 2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최근 한 조사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앱 5위에 올랐다. 네이버 역시 최근 ‘이웃 톡’ 등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내놨다.

미국에서도 하이퍼로컬 서비스가 인기다. ‘넥스트도어(Nextdoor)’는 동네 중고거래 및 부동산, 구인구직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하이퍼로컬 스타트업으로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넥스트도어의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마켓 플레이스’라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hyper가 형용사로 쓰일 땐 ‘지나치게 흥분한, 지나치게 활동적인’이라는 뜻이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예민하고 흥분된 상태라면 “I am a little hyper after drinking too much coffee”라고 쓸 수 있다. 지나치게 활동적인 어린이라면 “The kid is hyper active”라고 하면 된다.

로컬(local)의 의미는 상대적이다. 글로벌(global)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도 로컬이고 한국도 로컬이다. 전국(nationwide)을 기준으로 한다면 개별 도시가 로컬이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local’이라고 했던 것은 글로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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