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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준석 돌풍, 보수 혁신으로 이어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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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30면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는 다음 달 9~10일 본경선을 치른다. [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는 다음 달 9~10일 본경선을 치른다. [뉴스1]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이 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후보(전 최고위원)가 압도적 1위로 본 경선에 진출했다. 당 선관위는 후보자별 득표율이나 순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종합 득표율 41%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2위의 나경원 후보(전 원내대표)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당원 조사에선 31%로 나 후보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그 차이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거의 같았다는 얘기다. 조사는 2개 기관을 통해 이뤄졌는데 한 기관의 조사에선 당원 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과반(51%)을 얻었다. ‘이준석 바람’이 얼마나 거대한 태풍인지 예비경선 결과가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보수 정당 역사상 이토록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었다. 한 당직자는 “혁명도 이런 혁명이 없다”고 평가했다.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은 비록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이 후보와 함께 신진소장파 그룹 바람을 일으키며 당과 보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당내 선거가 이처럼 크게 흥행한 데에는 이 후보뿐 아니라 이들의 활약도 컸다. 이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 후보, 일반 여론 우세 속 41%로 1위 #소장파 그룹 약진하며 보수정당 새 역사 #국민의힘, 구태 벗으라는 민심 돌아볼때

물론 아직 본 경선이 남았고,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6월 11일까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이준석 당 대표’ 탄생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공고해 보인다. 8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50%의 지지를 얻었다는 건 ‘대세’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당원 조사에서도 “아무리 그래도 당원들의 마음은 못 얻을 것”이라는 상당수 당직자의 예견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예비 경선 결과를 당원이 70%를 차지하는 본 경선 룰에 대입해 시뮬레이션하더라도 이 후보가 나 후보를 7%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후보들 간 단일화를 비롯한 몇몇 변수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준석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으로 비치는 무리수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예비경선 결과는 무엇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이 혁신하기를 희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힘 소장파 그룹에 새 정치를 실천하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에 실망한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비록 국회의원 경험은 없지만, 중진들보다 더 ‘할 말 하는’ 패기를 지닌 30대의 이준석 후보를 통해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를 희망한 거다. 그 힘이 보수정당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감독은 바로 국민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염원과 명령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의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국민의힘이 ‘계파 정치’를 끄집어내는 구태를 버리지 못한 데다 정책이나 비전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서로를 비난하기 급급한 행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잠룡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4·7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은 여권에 크게 실망한 중도층과 청년층이 전략적으로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재·보선의 지지가 이후 국민의힘 지지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것 같은 지금 이때가 국민의힘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때일 수 있다. 보수 혁신을 하라는 국민의 뜻이 명백한데도 이에 호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이 바로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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