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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90% 실내 생활…이젠 건물이 건강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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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20면

건강한 건물

건강한 건물

건강한 건물
조지프 앨런·존 매컴버 지음
이현주 옮김
머스트리드북

오염물질 흡입량 바깥의 4배 #밀폐공간, 건축 자재 등 영향 #직원 건강해야 회사 수익 커져 #건물·경영 패러다임 바꿔야

“사람이 건물을 만들고, 그 건물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한 이 말은 지금도 건축가들 사이에 회자한다.

『건강한 건물』은 제목처럼 건물이 건강하게 지어져야 그 속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책이다.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짓는 친환경 건물을 넘어서 이젠 능동적으로 입주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선언한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한 건물은 비즈니스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단지 자신을 덜 아프게 하는 건물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건강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건강 건물 짓기’가 미래는 물론 지금 당장에도 유망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존 매컴버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건축을 가업으로 해 온 집안 출신의 타고난 건설맨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변신해 지금은 부동산 금융과 도시회복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공동저자 조지프 앨런은 사설탐정가 경력을 가진 하버드대 공중보건학 교수다. 이들은 공중보건학, 건축학, 경영학의 융합 사고로 ‘건강한 건물’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건물 내부를 건강하게 꾸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해 7월 대구건축박람회 모습. [뉴스1]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건물 내부를 건강하게 꾸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해 7월 대구건축박람회 모습. [뉴스1]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녹물이 나오는 수도관이라든지 새집증후군 같은 건강문제와 자주 부닥친다. 2009년 미국 애틀란타의 그래디병원에선 2개 층에서 4명의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동시에 발생했다. 수인성 세균인 레지오넬라균은 사용하지 않는 배관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폐렴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저자 앨런이 일했던 환경컨설팅 회사는 그래디병원 사태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찾아내 추가 발병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건물 내 요소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현대인은 하루 중 90%를 실내에서 보낸다는 통계가 있다. 초미세먼지 등 실외 대기오염 물질 대부분은 실내에서도 접하게 되는데 그 농도가 실외의 절반 정도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내에서 들이마신 실외 대기 오염 물질의 양은 실외에서 들이마신 양보다 4배나 많다.

실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있다. 일부 오염물질의 경우 실내 농도가 실외보다 3~5배 더 높고 대다수 오염물질의 경우 이 비율이 10배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공기의 건물 내 유입을 차단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냄새가 나면 각종 스프레이, 향초, 향기 나는 세제 등을 사용하는데 이것들이 우리 건강을 더 해친다.

페인트, 건축 자재, 표면세정제, 화이트보드 펜, 가구, 드라이클리닝 등에서 광범위하게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건강에 나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수납장에 붙이는 목재나 강화마루 등에 사용되는데 가장 악명 높은 유해 물질이다. 신선한 공기를 유입해 환기율을 높이면 2~10%에 이르는 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건강한 건물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 분야 사이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한 요소와 체계를 공동으로 살펴보는 새롭고도 전체론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환기, 공기질, 온열건강성(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환경), 습도, 먼지와 해충, 안전·보안, 수질, 소음·음향, 조명·전망 등은 건물을 건강하게 지킬 때 필요한 주요 고려 사항들이다.

최고의 인재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은 이들에게 당연히 최고의 근무환경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직원들의 건강, 생산성, 창의성을 높이는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기, 공기 정화, 자재 선정 비용을 절약한 후 에너지와 운영 비용을 더 내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야 할 때다. 건강한 건물 운동은 엘리트 회사와 부유한 임대인만 참여할 수 있는 경주가 아니다. 지은이들은 이는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 리더는 물론이고 직장인, 건물 투자자와 소유자, 개발자 그리고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유용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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