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악기 진실 밝힌 나무 연륜연대학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29 00:20

지면보기

738호 21면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부키

196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지리학과 대학원생 돈 커리는 미국 남서부의 빙하 흔적을 연구했다. 그는 네바다주 휠러피크의 브리슬콘소나무를 조사했다. 나이테를 통해 과거 기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산림청 허가를 얻어 브리슬콘소나무 한 그루(일명 프로메테우스)를 벌채했다. 자른 나무 단면을 숙소로 가져와 나이테를 셌다. 4862개, 즉 나무는 4862살이었다. 당시 최고령 나무였던 다른 브리슬콘소나무(일명 므두셀라)보다 73살 많았다. 최고령 나무를 죽였다는 걸 깨닫자 공포에 질렸고, 그 후 전공을 바꿨다. 2012년 애리조나대 나이테 연구소는 5062살(추정)인 다른 브리슬콘소나무를 발견했다.

나이테는 순우리말이다. 영어로 ‘annual ring’, 한자로 ‘年輪’으로 쓰는 데서 알 수 있듯 매년 하나씩 생긴다. 온대 지역 나무의 경우, 봄부터 가을까지 폭발적으로 생장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생장이 더디다. 전자(춘재)의 나이테는 폭이 넓고, 후자(추재)는 좁다. 같은 춘재라도 해마다 생장량, 즉 폭이 다르다. 가뭄, 한파, 태풍이 몰아친 해는 폭이 좁다. 비슷한 지역에서 자란 나무의 나이테는 패턴이 비슷하다. 미국 남서부의 경우 611년-614년-620년 생성된 나이테 폭이 좁다. 이를 610년대 ‘나이테 서명’ 구간이라 하고, 이를 기점으로 비교한다. 나이테에 생장 연도를 부여하고, 이에 저장된 다양한 환경 정보를 밝히는 학문이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 Dendrochronology)’이다.

벨기에 출신 연륜연대학자인 저자는 머리말에서 ‘메시아’라는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얘기를 꺼냈다. 2000만 달러짜리 이 악기의 진품 여부를 2016년 영국 연륜연대학자가 밝혀냈다. 악기에 새겨진 나이테 비교를 통해서다. 적용 분야는 다양하다. 학문적 얘기만 하지는 않는다. 개인사에 학문적 내용을 녹여냈다. 최근 나무 관련 출간 흐름에서 반걸음쯤 떨어져 새 지평을 보여준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