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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회장 "마지막 자존심 버렸다"…일각선 "매각도 독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원식(71) 남양유업 전 회장이 사모펀드에 자신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대해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 기업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27일 남양유업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늘부터 저는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자 남양유업 가족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며 운을 뗀 뒤 지분 매각을 결심한 이유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최근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따라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교체하겠다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며 “한편으론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 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남양유업 가족과 함께한 지난 45년간의 세월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언젠가는 남양유업 가족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남양유업 가족분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내부선 “매각 과정도 독단적…고용 승계 불안”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남양유업과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는 27일 홍 전 회장 지분 51.68%를 비롯한 홍씨 일가 지분 53.08%를 모두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 홍 전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회장직을 사퇴한 지 23일 만이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1964년 창립한 지 57년 만에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이를 놓고 남양유업 내부에서는 주식 매각 과정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 승계를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남양유업의 한 직원은 “회사가 비대위까지 출범시키면서 진지하게 자구책을 마련하는 듯했으나 매각 과정이 너무 폐쇄적이고 독단적이었다”며 “사모펀드가 인수했으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 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일 수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 승계 문제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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