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영끌, 존버…바보는 늘 최상의 시나리오만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8 14: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6)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2020년 한해 어떤 주식을 사든, 어떤 코인을 사든 가격이 오르고 무엇을 하든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횡보하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금리 인상에 대한 뉴스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고 고공 상승하던 코인이 속절없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 쉬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생각했던 결과나 나오지 않아 불안하고 화도 납니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전망과 계획이 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벌이면서,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전망을 하고 그 전망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 선택에 실패하는 사람을 보면 늘 최상의 시나리오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계획하면서 나의 강점과 약점이 있고 상황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장애물이 있습니다. 약점을 커버하고 부정적인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하는데 ‘바보’는 늘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점과 우호적인 환경의 결합으로 만들어 낸 최상의 시나리오에 근거해 계획하고 실행하다가 리스크가 현실화할 때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바보는 늘 최상의 시나리오만 생각한다’고 표현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역사상 유례 없는 상승을 경험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짧은 조정기를 거치면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서, 거침없이 오르던 코인이 오르내리는 모습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상의 시나리오만 생각하는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끌’과 ‘존버’라는 단어는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할 때 가능한 선택이다. 지속적인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너무 명확하다. 자산시장에 지속적인 상승이란 없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영끌’과 ‘존버’라는 단어는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할 때 가능한 선택이다. 지속적인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너무 명확하다. 자산시장에 지속적인 상승이란 없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지난주에 모 대학 학보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젊은이의 주식투자와 코인 투자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였습니다. 인터뷰에서 제가 말한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투자에 나서고 공부하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낙관적으로만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보라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우려를 표현한 것입니다.

20대의 투자 열풍과 2020년 봄 ‘동학개미’의 탄생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확장해 가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은행 중심의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투자를 하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2020년은 모든 자산이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집을 사던, 주식을 사던, 코인을 사던 모두 올랐습니다. 바보도 돈을 벌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이 강렬했던 기억이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가 늘 성공적인 건 당연히 아닙니다. 더구나 이 성과는 나의 실력이 아닙니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공부의 결과로 투자성과로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막연하게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투자를 결정합니다. 그 선택 근저에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습니다.

‘영끌’과 ‘존버’라는 단어는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할 때 가능한 선택입니다. 지속적인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너무 명확합니다. 그런데 자산시장에 지속적인 상승이란 없습니다. 불과 10년 전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하우스 푸어’에 대한 걱정을 책과 기고문에 쏟아냈습니다. 2018년 주가 상승 전 10여년 동안 많은 전문가는 ‘한국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는 적용되지 않는다’, ‘펀드 투자는 국내에서는 장기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짧고 급격한 상승 이전에 아주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해야 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투자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내가 선택한 투자가 성공하지 못했을 때, 오랫동안 지지부진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주식은 다 오르는데 내가 투자한 종목만 오르지 않을 때가 있고, 모든 종목이 다 하락해 다른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2020년처럼 수익이 날 수 있을까?’, ‘금리 상승, 미중 갈등 등 어떤 장애물이 있을까?’, ‘2010년대의 지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해 보고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S&P500 지수도, 미국 주식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기술주도 주가는 기대와는 달리 아주 오랫동안 지지부진했으니까요.

시장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을 극복하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시장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을 극복하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세 가지 방법

생각했던 만큼 수익이 빨리 나지 않더라도, 시장 전체가 안 좋아 지수가 폭락하는 위기가 찾아와도, 기다린다고 기다렸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결국 이길 수 있으려면 다음 세 가지는 꼭 실행하면서 투자를 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서 공부를 합시다. 상품의 특성이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고 어떤 상황에서 가격이 내려가는 상품인지 알고 투자를 합시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리는지 오르는지, 환율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기초적인 공부를 한 다음 투자를 시작합시다. 여기서 암호화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자신이 투자하는 코인의 가치와 속성에 대해 잘 모르고 투자하면서 폭락했다고 힘들어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기간을 늘일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라는 게임은 돈의 양과 시간에 의해 결정됩니다. 계속 베팅할 수 있는 돈이 있고, 오랫동안 참을 수 있으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타나는 날이 옵니다. 일반인에게 이를 적용하면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돈으로 수익이 날 때까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자산 증식을 위해 따로 떼 놓은 돈은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하락 시기에 무서워 싸게 매도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간 분산이 중요합니다.

셋째, 자산을 분산해 투자해야 합니다. 하나의 자산은 등락을 계속 반복합니다. 하지만 주식, 채권, 금 등으로 나누어서 투자하는 자산배분투자는 등락의 폭이 작아 수익이 쉽게 납니다. 지지부진한 박스권에서도 수익이 난 자산을 팔고 하락한 자산을 사기 때문에 지속해서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판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습니다.

시장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을 극복하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고 없는 위기가 닥치기 때문입니다.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때 욕만 하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을 잘 찾고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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