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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살인 파헤친 집념의 검사…용의자는 체포 직전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스프링필드 햄든 카운티 지방검사(DA) 안소니 굴루니가 24일(현지시간) 1972년 13세의 나이로 살해 당한 채 강변에서 발견된 다니엘 크로토 사건의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스프링필드 햄든 카운티 지방검사(DA) 안소니 굴루니가 24일(현지시간) 1972년 13세의 나이로 살해 당한 채 강변에서 발견된 다니엘 크로토 사건의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197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50년 만에 특정됐다고 25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범행 일부를 시인한 용의자는 사건 당시 희생자의 가족과 가깝게 지냈던 가톨릭 사제 리처드 라빈이었다. 하지만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날 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1972년 미제 살인사건 재수사한 美 검사 #용의자 50년만에 찾았지만, 영장 나온 날 사망 #유족 "사건의 결론을 맺어준 수사관들께 감사"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재수사한 안소니 굴루니 검사는 지난 2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라빈을 처벌하는) 정의는 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대니(피해자)의 가족에게 어느 정도 진실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13세 소년이었던 다니엘 크로토다. 다니엘은 1972년 4월 15일 매사추세츠주 햄든 카운티 코네티컷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톨릭 미션스쿨을 다니며 성당에서 복사(服事·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로 봉사하던 소년이었다. 단서는 소년이 전날 등교할 때 입은 옷차림으로 발견됐다는 것뿐이었다.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한 채 50년 가까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2019년 1월 햄든 카운티에 33세의 젊은 지방검사(DA·카운티 검찰청 검사장)가 부임하면서다. 미국에서 카운티 단위의 지역을 총괄하는 지방검사는 선출직이다. 수십 년 경력의 다른 후보들을 물리치고 최연소로 당선된 안소니 굴루니는 취임 첫해 매사추세츠주 경찰 미해결 사건부서와 협력하게 되면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이듬해 3월 그는 수사팀을 다시 꾸리고 수천장의 문서와 수십 년치의 증거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주(州) 스프링필드 햄든 카운티 지방검사(DA) 안소니 굴루니가 24일(현지시간) 1972년 13세의 나이로 살해 당한 채 강변에서 발견된 다니엘 크로토 사건의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매사추세츠주(州) 스프링필드 햄든 카운티 지방검사(DA) 안소니 굴루니가 24일(현지시간) 1972년 13세의 나이로 살해 당한 채 강변에서 발견된 다니엘 크로토 사건의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러다 2004년 파면된 한 가톨릭 사제에게서 혐의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했다. 다니엘이 생전 복사로 봉사하던 성당의 사제 라빈에게서 수상한 편지를 발견한 것이다. 살인을 시인하는 내용이 담긴 무기명 편지였다. 라빈은 이 편지에 대해 "지난 2004년 살인자가 보내온 편지"라고 수사관들에게 설명했다.

라빈은 다니엘 가족과 가까운 사이였다. 다니엘과 그의 네 형제는 모두 성당에서 라빈의 복사로 봉사했다. 라빈은 다니엘 형제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거나 자신의 부모 집으로 초대하는 등 각별한 정을 쏟기도 했다. 이후 라빈은  2004년 성직을 박탈당했다. 아동 성범죄 등 성적 문제를 수차례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수사팀은 라빈을 용의 선상에 올리고 지난 3월 '살인자의 편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법의학자 등 전문가가 편지를 감정한 결과, 편지를 쓴 사람은 라빈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빈이 쓴 다른 편지와 문서들을 대조해 보니 편지에 쓰인 문구와 언어 패턴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지난 달과 이달에 걸쳐 라빈을 소환 조사했다. 라빈은 결국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 1972년 4월 14일 다니엘을 강둑으로 데려가 폭행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다니엘이 죽은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이다. 그는 다만 라빈을 폭행한 이후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이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니엘이 엎드러진 채 강물 속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잘못은 이를 다니엘의 부모와 경찰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수사 당국은 라빈이 다니엘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라빈은 영장이 나온 지난 21일 저녁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굴루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니엘의 부모는 '단지 해답(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었다. 수사팀은 축적된 증거에 따라 단서를 발견했고 라빈의 시인을 받아냈다. 나는 우리가 답을 찾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의 형제 조 크로토도 "굴루니 검사와 그의 수사팀, 경찰들은 새로운 단서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건의 결론을 맺어준 수사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라빈이 소속한 가톨릭 스프링필드 교구의 주교도 다니엘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주교는 "사제가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그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낙담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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