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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파격 선언 "월급받고 쉬라"…아마존과 닮은듯 달랐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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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쿠팡이 쿠팡친구(전 쿠팡맨)에게 '쿠팡케어'를 선보인다. 사진 쿠팡

쿠팡이 쿠팡친구(전 쿠팡맨)에게 '쿠팡케어'를 선보인다. 사진 쿠팡

쿠팡이 배송직원을 위한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내놨다. 건강이 안 좋은 배송직원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이 기간 동안 회사가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제도다. 마침 '쿠팡의 롤모델' 아마존도 근로자 안전을 강조하며, 올 여름부터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아마존케어'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쿠팡, 미국의 아마존이 잇따라 '직원 케어' 프로그램을 내놓은 배경을 따져봤다.

무슨 일이야?

쿠팡이 배송직원용 유급 건강관리 프로그램 '쿠팡케어'를 공개했다.
· 쿠팡이 직고용한 배송기사 쿠팡친구(전 쿠팡맨) 1만 5000명이 대상이다.
· 쿠친 중 건강검진에서 혈압∙혈당 등 주요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관리가 필요한 직원들은 한 달간 배송 업무를 중단하고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관리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 급여는 평소대로 지급된다. 쿠팡은 지난달 말부터 일부 쿠친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쿠팡이 계획한 쿠팡케어 선순환 모델. 사진 쿠팡

쿠팡이 계획한 쿠팡케어 선순환 모델. 사진 쿠팡

어떻게 운영해?

· 4주간 영양 섭취, 운동, 금연·금주 등에 대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등 전문가들의 비대면 교육과 개인상담이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취침 전 신체활동량 공유, 끼니 사진 공유 등 미션을 받고 연예인·스포츠 스타 등 각자만의 롤모델을 설정한다고.
· 시범 운영에 참여한 쿠친 윤신철씨는 "당뇨와 혈압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한달 사이 많이 좋아졌다. 참여하는 동안 급여가 나와 건강 관리에만 신경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의 이온설 헬스 프로그램 리더(간호사)는 "참가자들이 오랜 습관을 바꾸며 건강을 챙기는 걸 보고 업계 전반에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쿠팡은 시범 운영 참가자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케어 시범 운영에 참가했던 실제 쿠친들의 롤모델 설정 예시. 사진 쿠팡

쿠팡케어 시범 운영에 참가했던 실제 쿠친들의 롤모델 설정 예시. 사진 쿠팡

왜 도입했대?

코로나19로 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류·택배업계는 '노동자 과로' 문제에 부딪혔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약 34억개. 전년 대비 21% 올랐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3일에 1번 꼴인 122회였다(2019년 99.3회).

그만큼 택배노동자의 업무 부하도 심해졌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 한 해 숨진 물류·택배 노동자가 16명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물류창고부터 대문앞 배송까지 이어지는 물류·택배노동자의 업무환경 개선과 건강 관리 대책을 요구받게 됐다.

아마존과 닮은 점, 다른 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의장. AP=연합뉴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의장. AP=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꾸준히 롤모델로 언급하는 아마존도 노동자 처우로 몸살을 앓는 건 마찬가지다. 쿠팡과 아마존은 높은 복지 수준을 강조한다.

· 닮은 점 : 지난 4월 아마존 물류노조 설립 시도가 무산된 이후, 제프 베조스 의장은 주주서한에서 "지구상 최고 고용주, 지구상 가장 안전한 직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물류·배달노동자 50만명의 최저 시급을 시간당 최소 50센트에서 최대 3달러까지 올렸다. 반복 동작에 의한 산업재해를 막고자 순환 근무도 강화했다. 직고용과 주 5일 근무를 강조하며 "다른 일터와 처우가 다르다"는 걸 피력하는 쿠팡과 닮은 꼴.
· 다른 점 : '아마존 케어'는 2019년 시범 운영을 시작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 의료진 채팅·화상 상담, 조제약 배달 등을 제공한다. 쿠팡케어가 산재 예방을 위한 직원 복지라면, 아마존케어는 건강보험이 열악한 미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겨냥한 상품. 아마존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올 여름부터 미국 전역의 아마존 직원들에게 아마존케어를 먼저 제공하기로 했다(일부 무상 제공).

업계 반응은?

쿠팡의 선제 파격에, 물류·택배업계 경쟁사들은 "쿠팡과 우리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 경쟁사 : 불편한 기색. 보통 택배 기사들은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다. 특정 업체 직원이 아니란 의미. 반면, 쿠친은 쿠팡에 배송기사로 취업한 직원이라, 주 52시간제·4대 보험·실비보험 등을 적용받는다. 익명을 원한 물류택배업체 관계자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면 쿠팡에 취업해서 쿠팡케어 받는 거고, 택배 개인사업자로서 더 많이 벌고 싶으면 우리와 일하는 것"이라며 "쿠팡이 택배업계 전체에 새로운 복지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비춰지는 건 불편하다"고 말했다.
· 노조 : 기대반 의심반. 최세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사무장은 "회사의 결정을 굉장히 환영하지만, 직원들에게 대상자 선정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의아하다"며 "(2년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무상배분 주식처럼 '보여주기용'은 아닌지 기대 반, 의심 반"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유급 건강관리 제도를 내놓기 어려운 다른 민간 택배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경영 전략 같다"며 "(쿠팡케어로) 노동자 권리가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과로사대책위가 요구한 야간노동 등에 대한 대책은 안 나와 아쉽다"고 덧붙였다.

추가 확산될까

택배업체마다 고용 형태가 다르다 보니 쿠팡케어 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른 '압박 효과'를 기대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쿠팡의 선진 시스템이 자극이 되어 업계 전반에 퍼진다면 특수고용직의 상병수당 법제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쿠팡케어는 배송직원에만 해당돼,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며 "쿠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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