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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코로나 전문가들 “가장 빨리 맞을수 있는 백신 맞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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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뭐든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연구ㆍ분석하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맞고 싶냐’고 물어보자 한 목소리로 이런 대답이 나왔다.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자리에서였다. 중앙일보와 최종현학술원은 지난해 5월 1차 대유행이 진행될 당시 첫 토론회를 연 이후 이날까지 총 6차례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최종현학술원 백신 관련 세미나 #“백신 독점, 다자외교로 풀어야”

중앙일보·최종현학술원 공동주최 제6차 세미나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과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김빛내리ㆍ안광석 교수,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과 교수,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전쟁에서 인류가 얻은 교훈을 짚어보고 백신의 중요성, 그리고 국산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향후 백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백신을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 백신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 공평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볼라 70개월 걸렸는데 코로나 백신은 14개월만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가장 먼저 마이크 앞에 선 제롬 킴 IVI 사무총장은 팬데믹 발생 14개월 만에 10여개의 안전한 백신이 출시된 건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예로 1979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2014년 재유행했을 당시에는 백신 개발에 약 5년(70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생산된 백신의 대부분을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사망률이 2배로 늘어나게 된다”며 “선진국이 자국 내 우선 접종을 해도 2021년 팬데믹으로 일어날 세계 경제 손실의 49%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역시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득 상위 27개국(인구로는 10.4%)이 전체 백신의 31.5%를 차지한다. 접종 속도도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최대 30배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식재산권 해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바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백신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외교로 해결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아킬레스건 찾아야 치료제 개발 가능”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산 백신 생산에 대한 기대감도 모였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김빛내리 교수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 109종을 발견했고 이 중 17개의 단백질은 바이러스 억제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RNA를 이용한 방식의 경우 이론적으로 모든 유전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게 장점”이라며 “이런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아킬레스건을 찾아야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산 백신 생산에 뛰어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사장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합성 항원 기술에 기반을 둔 3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3개 중 가장 결과물이 좋은 것으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사장은 “SK가 백신 개발해도 늦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 세계 인구에게 접종하기엔 아직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우수하지만, 콜드체인 문제가 있어 유통,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며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국산 백신의 경쟁력과 관련해 “후발 주자이지만 일부는 독창적인 방법을 시도 중이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 교수는 국내 기업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절대적 환자 수가 적어 임상 3상 경험이 없다는 점과 ▶감염병 대응 예산이 부족한 점을 들었다. 그는 “1년에 50조원을 국방비로 쓰지만 누구도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염병 대응 예산도 같은 레벨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의 공기 감염을 인정했다며 지금의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소독약을 실내에 뿌리는 것이 아닌 가능한 한 자주 창을 열어 환기해 바이러스 농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안전성 강조…“가장 빠른 백신 맞겠다”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백신을 전용 주사기로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백신을 전용 주사기로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미나에선 화이자·모더나사가 사용하고 있는 mRNA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김빛내리 교수는 mRNA 백신이 장기적으로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RNA는 불안정한 물질이라 체내에 들어왔을 때 24시간도 버티기 어렵다. 항간에 2세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모더나 창업주인 로버트 랭어 박사 밑에서 수학했던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mRNA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대부분 일반적인 면역 현상이지만 간혹 심각한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에선 10만명당 1명, 모더나 백신에선 30만명당 1명 수준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 성분이 실제 백신에 들어간 양은 매우 적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공통질문으로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맞고 싶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RNA를 연구하는 김빛내리 교수는 “당연히 RNA로 만든 백신을 접종받고 싶지만, 아직 기회가 없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싶다고 답한 안재용 사장은 “사실 이미 AZ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외 교수들은 모두 백신의 종류에 상관없이 가장 빠르게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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