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의대생·이선호씨…죽음에 대한 선택적 조명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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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5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25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앙일보 5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25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5월 회의가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 주재로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한강 의대생 죽음 관련 보도 논란과 빌 게이츠 이혼 보도, 싱글즈 기획, 한·미 정상회담 보도 등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실린 콘텐트에 대해 비평하고 조언했다. 일부 위원은 e메일로 의견을 보냈다.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

한·미정상회담 앞 코어테크 시리즈

시의적절한 보도, 내용도 알차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위기의 지방대, 교육부 구조조정안

현장 모르는 행정 제대로 지적 안해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트 대표

중앙선데이 ‘외국인 거주자 230만’

다문화 부정적인 한국 현실 보여줘

▶민영 고려대 교수=죽음에 대한 선택적 조명을 언급하고 싶다. 5월 11일자 ‘죽음의 무게’란 제목 분수대 칼럼에서 자성하기도 했지만, 한강 실종 대학생의 죽음과 산업 재해로 사망한 고(故) 이선호씨 죽음에 대해 중앙일보는 다른 무게로 접근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검색하니 최근 한 달 간 한강 대학생 죽음 관련 중앙일보의 온·오프라인 기사는 110건을 넘는 반면, 이선호씨 관련 보도는 7~8건에 그쳤다. 산업 현장의 어이없는 죽음이 반복되는 데는 의제로 설정하지 않는 언론의 1회성 보도 탓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작업현장에서 숨진 청년이 환경감독관이나 근로감독관 없이 일했다는 사연은 더 조명했어야 했다. 많은 현장이 돈을 아끼겠다는 기업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한강 대학생 죽음을 계기로 중앙일보 인터넷판에서 ‘야외 음주 문화를 제한할 필요가 있나’라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64%가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길거리에서 술병만 들고 다녀도 처벌받는 일부 외국보다 한국은 음주 문화에 매우 관대하다. 절주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빌 게이츠 이혼에 관한 기사들이 며칠간 연속 보도됐다. 지난 5일자엔 1면 톱과 8면 전면에 걸쳐 게이츠 이혼 소식을 전했는데, 이혼 접수 사진까지 게재할 정도로 뉴스 가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MZ세대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재밌게 봤다. 지난달 27일자에 MZ세대가 중심이 된 2030 신노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지난 18자엔 MZ세대 노조위원장들을 인터뷰했다. 문제는 ‘과거 80년대 노조는 나쁘고 새로운 노조가 건설적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쓰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이나 대기업 제조업 노조는 생산직 노조이고, MZ세대 노조는 대기업 사무·연구직 노조여서 성격이 다르다. 현재는 두 노조가 다른 이익을 가지고 있어 다른 노선을 견지하지만, 추후 연대할 수 있는데, 너무 단절적이고 갈등적인 속성만 비췄다.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중앙일보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3일자부터 반도체·배터리·6G 등 코어테크 시리즈를 게재했는데 내용도 알찼고 시의적절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발언이나 한·미 공동성명 영어 원문을 보면 정제된 용어를 썼다. 정상회담이나 중요한 외교 내용은 원어가 적절히 들어가야 이해가 쉽다. 지난 11일자 ‘워싱턴에선 대한민국 대통령이어야 한다’ 칼럼은 과거 버락 오바마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대북 전략 키워드 등을 영어로 넣어줬다. 원어를 보니 심층적 이해가 가능했다.

김소연 뉴닉 대표

‘노르웨이선 왜 여성도 군대…’ 기사

지면 한정돼 정확한 분석 빠져 있어

김은미 서울대 교수

빌 게이츠 이혼 기사 연속 보도

이혼서류 사진까지 공개해야했나

민영 고려대 교수

싱글즈 기획 가치관 변화 잘 다뤄

주거·청년정책 논의 미흡은 아쉬워 

독자위원회 주제

독자위원회 주제

▶양인집 어니컴 대표=지난 4일자(걷는 일본…뛰는 한국…나는 중국)와 18일자(K배터리가 세계 1위? 중국엔 소재, 일본엔 품질 밀린다) 기사를 주목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 현황과 세계적 실력을 언급하며 우리가 분발했는데 중국이 더 잘했기 때문에 좀 더 잘해야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을 중앙일보가 기획기사로 다뤘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지난 24일자 1면 한·미 정상의 오찬을 겸한 단독 회담 사진 설명을 지적하고 싶다. 일본 총리는 햄버거를, 문재인 대통령은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대접받았고, 회담도 17분 더 길었다는 설명이다. 은연중 우리가 일본보다 대접을 잘 받고 외교전에서 일본을 이긴듯한 뉘앙스를 풍겼는데 주류 언론 품격에서 벗어났다.

▶우정엽=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백신을 얻으려 했던 건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무리수였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토론회에서 백신을 반도체·배터리와 교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대한민국 정도의 나라가 백신 수급 차질로 국민 불만이 있다고 미국에 얻으러 가는 건 벤츠 탄 모녀가 급식소 밥을 먹는 것과 같다. 다행히 중앙일보는 중심을 잘 잡고 그런 기사를 자제했다.

▶김은미=7일자 ‘남이섬 옥죄는 연좌제 언제까지…’는 남이섬 소유주가 친일파 돈으로 땅을 샀다는 소문이 근거 없음을 팩트 체킹했다. 그게 언론의 역할이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트 대표=지난 8일자 중앙선데이의 ‘외국인 거주자 230만 명 시대 스페셜 리포트’는 저출산으로 이민이 필요함에도 다문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 현실에서 시의적절했다.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

‘최재형·이성윤 기로에 선 공수처…’

신설기관 비판과 대안 제시 신선

임유진 강원대 교수

MZ세대 중심된 신노조 이야기

과거 노조와 갈등만 다뤄 아쉬워

우정엽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

미국 백신 얻으려 한건 무리수

정상회담 기사 중심 잘 잡고 보도

▶전병율=지난 17일자 ‘말기암 보아 오빠 울린 “싸늘한 의사들”···한국 ‘3분 진료’의 비극’과 19일자 ‘보아 오빠 SNS에 1844개 댓글…매년 23만 명 그렇게 운다’는 3분 진료 문제를 지적하고 정책 개선을 제안한 좋은 기사였다.

▶김소연 뉴닉 대표=지난 7일자 ‘노르웨이선 왜 여성도 군대 가나’는 국내 논란이 된 여성징병제를 다뤘다. 한정된 지면이다 보니 남녀 병사를 합방시키는 노르웨이의 결정이 성폭력을 줄이려는 의도였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서술돼 있는데, 정확한 분석 등이 빠져 있어 논리의 비약으로 보일 수 있다. 맥락 전달에 조금 더 지면을 할애해주셔도 좋겠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

류현진 3승·4승에 5승 실패 중계

해외진출 프로 선수만 크게 다뤄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말기암 보아오빠 울린 싸늘한 의사’

‘3분 진료’ 대책 제안한 좋은 기사 

▶양인집=국내 스포츠 기사는 너무 적고 해외 진출 한국 프로 선수는 너무 크게 다뤄진다. 지난 14일·20일·25일자엔 류현진이 3승, 4승, 5승 실패했다는 기사가 각각 게재됐다. 미국 야구 무대에 진출한 양현종 기사도 7일자, 20일자에 크게 실렸다. 이런 기사를 줄이면 국내 스포츠 기사를 더 실을 수 있다. 21일자 ‘이경규 예비사위는 철벽 수비수’기사는 스포츠 기사가 아니라 연예기사였다.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지난 12일자 장강명 작가의 ‘마음 읽기’(‘깜깜이’라는 말은 혐오 표현인가)칼럼은 최근 부정적 의도가 담기지 않은 용어까지도 혐오나 편견의 의미를 덧붙이며 강제로 퇴출하는 우리 사회 현상을 돌아보게 했다. 17일자 ‘강주안의 시선’(최재형·이성윤의 길…기로에 선 공수처)은 공수처 같은 신생 기관을 비판할 때 제 역할을 하게끔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신선했다.

▶김준영=코어테크 기술 개발을 하려면 연구개발(R&D)의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삼성이 발표한 투자 예정액의 세 배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언론이 다뤘으면 한다.

▶김동조=21일자 ‘긴축의 시간이 다가온다…미 Fed, 테이퍼링 언급’은 지난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 몇몇 참석자들이 ‘언젠가는 자산 매입 속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걸 크게 다뤘는데 시장이나 경제 흐름과는 괴리돼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강호인=지난달 28일자와 지난 4·5·21일자에 위기의 지방대학 기사가 나갔다. 신입생이 감소한 지방대의 몸부림, 교육부의 부실 대학 구조조정 방침을 소개했다. 지방대학 정원 미달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방안도 시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인데 제대로 지적이 안 됐다.

▶김소연=지난 7일자 ‘미 특허 풀어도 산넘어 산…한국 카피백신 접종까지 최소 1년’ 기사는 ‘한국에선 백신을 못만드냐’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단계별 쟁점마다 체계적으로 탄탄하게 짚어준 기사였다.

▶민영=지난 10·11일자 싱글즈 기획 연속 기사가 돋보였다. 싱글 세대에 주목해 사회 전체적인 가치관의 변화, 세대의 특성 등을 밀도 있게 분석했다. 다만 세밀한 스케치에 비해, 이러한 흐름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또한 향후 주거정책, 청년정책, 지역정책 등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미흡했던 점은 아쉽다.

정리=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hongj@joongang.co.kr

※장유경 인턴기자가 정리를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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