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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미란다, 두산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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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2일 키움과 잠실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는 두산 외국인 투수 미란다. [뉴시스]

12일 키움과 잠실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는 두산 외국인 투수 미란다. [뉴시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32)는 종잡을 수 없는 투수다. 올 시즌 9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1·3·5·7·9번째 경기와 2·4·6·8번째 경기 결과가 극명히 엇갈렸다. 마치 롤러코스터에 오른 것 같은 패턴이다.

극과극 피칭 외국인 투수 속앓이 #한 경기 잘 던지면 다음 경기 망쳐 #감독 “과감히 승부하라” 공개경고

선발투수의 미덕은 ‘일관성’이다. 하루 완투하고 다음 경기에서 조기 강판하는 투수보다 매경기 5~6이닝씩 꾸준히 책임지는 투수가 코칭스태프의 사랑을 받는다. 경기 운영을 예측하고 계산할 수 있어서다. 미란다는 그렇지 않다.

KBO리그 첫 등판인 4월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다음 등판인 13일 KT 위즈전에선 2와 3분의 1이닝(4볼넷 1실점)만 던지고 물러났다. 18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5이닝 7탈삼진 무실점했지만,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선 6이닝 동안 5점(4자책점)을 내줬다.

이후 기복이 점점 심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6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이달 6일 LG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1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19일 KT를 상대로 다시 4이닝 6실점(4자책점) 했다. 구위의 간극이 너무 크다.

미란다를 놓고 고민하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26일 “기복 심한 투구를 계속 이어가면 (남은 시즌 동행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김 감독은 “타자와 과감히 승부하고 빨리 결과를 내야 하는데, 미란다는 스스로 (경기 운영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소극적인 투구로) 볼이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그러다 무너진다. 좋지 않은 패턴을 반복해선 곤란하다”고 쓴소리했다.

사령탑이 보낸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작동한 걸까. 미란다는 당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호투했다. 6이닝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3패)째를 올렸다. 볼넷을 2개만 내준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다. 올 시즌 탈삼진 64개가 돼 LG 앤드류 수아레즈(57개)를 밀어내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관건은 다음 경기다. 상승할 차례에 기대대로 호투한 건 반갑지만, ‘퐁당퐁당 투수’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다음 등판은 다음 달 1일 창원 NC전으로 예정돼 있다.

미란다는 한화전을 마친 뒤 만족감을 드러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좋은 흐름 속에 공을 던졌다. 앞으로도 준비를 잘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도 함께 전했다. 김 감독도 “미란다가 이번 승리를 계기로 계속 승 수를 쌓았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미란다가 안정적인 투구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계륵’이라는 오명을 벗고 마운드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구단 안팎의 시선이 미란다를 향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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