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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린 ‘사마강남’ LG를 웃게 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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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8일 NC전 1-0 승리 직후 주장 김현수(오른쪽)와 환호하는 LG 포수 유강남. [뉴시스]

18일 NC전 1-0 승리 직후 주장 김현수(오른쪽)와 환호하는 LG 포수 유강남. [뉴시스]

‘유강남 탓에’가 ‘유강남 덕분에’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29)이 악몽을 털고 일어났다.

‘탓에’를 ‘덕분에’로 바꾼 유강남 #국제적 화제된 21일 SSG전 실수 #26일 롯데전 등 올해 결승타 4개 #고우석·수아레즈 등 투수 엄지척

SSG 랜더스와 LG의 21일 경기는 지금 화젯거리다. 유강남이 협살 과정에서 이미 아웃된 2루 주자 한유섬을 쫓는 바람에 3루 주자 추신수가 걸어서 홈에 들어갔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사마의를 쫓아낸 것에 빗대 ‘죽은 제갈유섬이 산 사마강남을 홀렸다’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유강남 혼자 잘못한 건 아니다. LG 3루수 문보경이 1루로 바로 던졌다면 병살처리도 가능했다. 런다운 과정에서 LG 내야진의 전체적인 움직임도 아쉬웠다. 사실 SSG 주자들도 실수했다. 추신수는 홈으로 가서는 안 됐고, 한유섬도 자신이 아웃된 것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유강남이 판단 실수를 한 건 사실이다. 본인도 “귀신에게 홀렸다”고 말했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LG가 그날 경기 포함 4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유강남은 더욱 괴로웠다. 밤잠을 설칠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계속 자책만 하지는 않았다. 유강남은 다음날 경기에서 곧바로 홈런을 쳤다. 그리고 26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팀을 연패에서 직접 구했다. 3-3으로 맞선 9회 초,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쳐 5-3 승리를 이끌었다. 유강남은 “추신수 선배 말처럼 모두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앞으로 100경기에서 ‘내 덕분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올 시즌 LG는 ‘유강남 탓에 진’ 경기보다 ‘유강남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26일 경기를 포함해 유강남은 올 시즌 결승타만 4개다. 리그 1위 김현수(LG, 8개)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다. 유강남은 2017년 이후 4년 연속으로 홈런도 15개 이상 쳤다. KBO리그 포수 중에서는 네 명(이만수, 박경완, 강민호, 유강남)만 가진 기록이다.

유강남은 포수에게 중요한 수비 능력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공 받는 기술이 좋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바꾸는 프레이밍 능력은 최고다.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는 “유강남 포구는 스티커처럼 딱 달라붙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약점이던 블로킹 능력도 이제는 강점이 됐다.

LG 마무리 고우석은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1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직구 위주 패턴을 상대에게 읽혔다. 하지만 다음날 NC를 상대로는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고우석은 “(유)강남이 형과 볼 배합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업 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얘기했던 상황이 경기에서 바로 나왔다. 강남이 형이 내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투수를 챙기는 ‘안방마님’의 마음이 드러난 장면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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