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9만9000원 “카카오 횡포 아닌가”…국토부는 한달째 묵묵부답

중앙일보

입력 2021.05.27 16:40

택시기사 심모(63)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월 수입이 150만원 남짓으로 줄었다. 이전에 한 달에 300여만원을 벌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기름값과 보험료, 식비 등 기본적인 유지비는 비슷하게 들어간다.

심씨는 “최근엔 매달 9만9000원씩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까지 새로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호출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시한 ‘프로 멤버십’에 가입하면서다. 프로 멤버십은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심씨는 “가입을 안하면 다른 택시에게 손님받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10만원 내면 배차 차별…울며 겨자먹기"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

택시 업계에 따르면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이 있는 일반택시가 아닌 먼 곳에 떨어진 카카오의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에 우선적으로 배차가 된다. 카카오T 블루는 매출의 20%를 카카오모빌리티에 가맹비로 지급한다. 근처에 블루 택시가 없을 시 프로 멤버십에 가입한 기사들에게 순서가 넘어간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배차를 받는다. 돈이 되는 ‘장거리 호출’은 이런 배차 차별이 더욱 심각하다는 게 택시 업계의 주장이다. 심씨는 “외국인 손님을 받으려고 호텔 문앞에서 기다려도 멀리 있는 다른 택시에게 콜을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기사들 수입은 4분의 1 감소…카카오는 매출 38배 뛰어

유료서비스를 가입하고 나서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콜을 빼앗겨서 허탕을 치는 일이 조금 줄어든 정도라고 한다. 심씨는 “비싼 돈을 낸 만큼 수익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카카오 배만 불려주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운영 자회사인 케이엠(KM)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3억6000억원) 보다 약 38배 늘어난 141억원에 달했다. 반면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수입은 티머니 결제 기준 25%가량 줄었다. 카카오가 날이 갈수록 가맹택시 대수를 늘려가며 흑자를 내는 동안 택시기사들은 수입이 4분의 1가량 감소했다.

서울시 "제제해달라" 공문보냈지만 답 없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를 ‘카카오의 횡포’로 보고 제제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요금제를 신고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행정 처분을 내려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21일 국토부에 보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플랫폼중개사업자가 운송플랫폼 이용자에게 받는 요금을 정할 때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가 적극적으로 국토부에 공문을 보낸 배경에는 택시기사들이 지는 유료서비스 요금이 결국 승객들에게 전가될 거란 우려도 담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업계에서 대대적으로 요금 인상 요구를 하거나 승객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한달째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택시기사를 ‘플랫폼 이용자’로 볼 수 없으니 이들로부터 받는 요금을 신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가 아닌 승객만이 카카오T 이용자라고 보는 견해다. 반면 서울시는 택시기사도 중개플랫폼 어플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용객이라고 해석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 쪽 관계자도 만나보고 법령도 찾아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찾아봤지만 결국에는 국토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어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묵묵부답하는 사이 택시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카카오에 진정을 낸 상태다. 공정위는 이 문제를 포함해 카카오의 불공정 배차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 중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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