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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리얼하게"…텔레그램 '세종대왕'은 사이버 성매매 보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용인과 이천 등 수도권 일대의 오피스텔을 이용해 성매매 영업을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다수의 오피스텔과 24시간 콜센터를 두고 하부 조직까지 만드는 등 기업형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형 성매매 조직 6명 구속

총택 A씨가 지시한 텔레그램 내용.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총택 A씨가 지시한 텔레그램 내용.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성매매 조직 총책 30대 A씨 등 6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장소 제공 등 혐의가 있는 10명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수도권 오피스텔 9곳에 49개 호실을 빌려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국적 외국인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조직도.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조직도.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전국 최초’로 콜센터 사무실을 따로 마련하는 등 기업형 영업을 했다. 조직원 11명을 2교대로 24시간 움직이게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직원들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성매수남들의 예약 관리, 이용 후기 허위 작성, 성매매 여성 면접과 출결 관리 등을 맡았다.

성매매 수익금을 걷으러 갈 때 택배기사로 위장한 조직원.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성매매 수익금을 걷으러 갈 때 택배기사로 위장한 조직원.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행동 요령’에 따라 움직였다. 모든 조직원이 ‘에반’ ‘참치’ 등과 같은 예명을 쓰며 행동했다. 근무 교대를 하면서 대포폰의 문자·통화 내용을 삭제했다. “경찰이 들이닥치면 성매수남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담긴 외장 하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라”라는 지시사항도 공유됐다고 한다. 성매매 수익금을 걷기 위해 오피스텔에 갈 때는 택배기사 조끼를 입는 등 위장도 했다.

‘홍보와 마케팅’도 나름 체계적이었다. 텔레그램에서 ‘세종대왕’이라는 예명을 썼던 총책 A씨는 조직원에게 “후기 좀 제발 리얼하게 적어” “‘실사와 다를시 100% 환불’이라고 어필하라”와 같은 세부적인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런 역할 분담 정황을 근거로 A씨 등이 범죄단체를 만든 것으로 판단해 ‘범죄단체의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성매매 사건 처벌은 업주와 성매매 알선 행위만 수사돼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았다”며 “해당 법이 적용된다면 최소 10년 이상 징역으로 형량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경찰, 성매수 혐의 1만3000여건 기록 확보 

성매수 기록이 담긴 DB.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성매수 기록이 담긴 DB.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 성매수 기록이 담긴 DB도 확보했다. 여기엔 성매수 혐의를 받는 1만3000여건의 기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성매수 남성들의 연락처나 특징 등이 적혀 있는데, 경찰은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콜센터에 있던 수익금 3200여만원과 체크카드 15개, 통장 9개 등도 압수했다. 또 조직 운영 계좌에 있던 5억2000여만 원을 범죄수익으로 특정해 법원에 기소 전 몰수보전 명령을 신청하기로 했다.

A씨 등 주요 간부 3명은 수년간 동남아 일대에서 여행사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계가 침체에 빠지게 되자 국내로 돌아와 총책과 관리실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성매매 영업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거둬들인 범죄 수익 가운데 확인된 규모가 5억여 원이고,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돼 계좌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집단감염 원인이 될 수 있는 신·변종 성매매 업소와 성매매를 조장하는 불법성 매매사이트 운영자 등도 끝까지 추적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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