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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구진 "AZ·얀센 혈전 원인 찾았다···문제 해결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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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독일 과학자들이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의 얀센(존슨앤드존슨 자회사) 백신에서 함께 등장했던 ‘희귀 혈전’ 부작용이 발생한 원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수정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벡터가 돌연변이 단백질 생성, 혈전 유발" #“유전자 염기서열 수정하면 고칠 수 있어” #과학자들 “실험 데이터 통한 입증 필요”

독일연구진이 밝힌 혈전 부작용 발생 원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독일연구진이 밝힌 혈전 부작용 발생 원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괴테대 롤프 마샬렉 교수팀은 이날 일부 코로나19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뇌정맥동혈전증(CVST), 내장정맥혈전증(SVT) 등이 유발된 원인을 담은 논문을 출판 전 프리프린트(pre-print) 형태로 공개했다.

마샬렉 교수는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세포핵에 있을 때 몇몇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백신들이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하는 방식(벡터 방식)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벡터 방식을 사용해 만드는 백신들은 약한 감기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에 독성을 없애고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항원)의 유전자를 넣어 몸속 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월 웨일스주 남부 쿰브란의 백신 접종 센터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월 웨일스주 남부 쿰브란의 백신 접종 센터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의 가장 큰 특징은 항원 유전자를 세포질의 액상 부분인 시토졸(cytosol)이 아닌 세포핵(nucleus)으로 바로 보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항원이 담긴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이 떨어져나와 세포막과 결합하지 못한 ‘유동 돌연변이 단백질’(floating mutant proteins)이 된다. 이 돌연변이가 신체로 다시 분비돼 혈전을 만든다는 게 마샬렉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물질을 세포액(cell fluid)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의 백신들에선 혈전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받은 백신 5종 중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mRNA 방식을, AZ와 얀센 백신이 벡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승인된 중국 시노팜 백신은 불활성화(Inactivated Vaccine·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해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형성하는 전통적 방식의 백신 제조법) 방식을 이용한 백신이다.

마샬렉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스파이크 단백질이 의도하지 않은 변형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백신 제조업체가 단백질 시퀀스를 수정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 얀센사와 논의 중이며 필요하다면 AZ사와도 접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얀센사도 같은 날 “(연구 결과가) 이용 가능해지면 이를 검토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롤프 마샬렉 교수는 26일(현지시간) 논문을 통해 ″메신저리보핵산(mRNA)기반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 물질을 세포핵이 아닌 세포액에 전달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롤프 마샬렉 교수는 26일(현지시간) 논문을 통해 ″메신저리보핵산(mRNA)기반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 물질을 세포핵이 아닌 세포액에 전달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Z와 얀센 백신의 혈전증은 그간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였다. 현재 영국에선 AZ 백신 접종자 3300만명 중 309명에게서 혈전증이 발견돼 이 중 56명이 사망했다. 접종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26일에도 영국 스카이뉴스가 AZ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 3명에게 뇌졸중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피어 리뷰(동료 평가) 등 공식 논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요하네스 올덴버그 본 대학 교수는 “파이크 단백질의 결합이나 분열에서 혈전증까지 이르는 인과 관계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여전히 실험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하는 가설”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독일의 백신 승인 담당 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에 연구 결과를 제출한 상태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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