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스가 원해도 취소 못한다…IOC 1조6000억 집착

중앙일보

입력 2021.05.27 13:07

업데이트 2021.05.27 21:22

"긴급사태 중이라도 올림픽은 한다." (21일, 존 코츠 IOC 부위원장)

"도쿄올림픽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22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일본 총리가 취소를 요청해도 올림픽은 개최된다." (27일, 딕 파운드 IOC 위원)

일본 내에서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앞장서 '도쿄올림픽 지키기'에 나섰다. 80%가 올림픽 중지·연기를 희망하는 주최국 국민 정서를 완전히 무시한 태도로 "일본이 IOC 제국의 식민지냐"는 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IOC 주요인사, 연이은 '올림픽 강행' 발언
수입 70% 차지하는 중계권료 지키려
"일본을 식민지 취급한다" 비판 이어져

일본 도쿄 시내의 한 건물에 걸려 있는 올림픽 앰블럼.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 시내의 한 건물에 걸려 있는 올림픽 앰블럼. [로이터=연합뉴스]

IOC 현역 위원 중 최고참인 딕 파운드(79) 위원은 27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인터뷰에서 "만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중지를 요청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대회는 열린다"고 강조했다. 스가 총리가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림픽 취소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파운드 위원은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는 일본 정부와 보건당국, 그리고 올림픽 무브먼트(IOC 등의 활동)가 공유하는 결정"이라면서 "과학적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컨트롤)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일본 내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것에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올림픽을 열어도) 추가 위험이 없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데 왜 그걸 무시하는 것인가"라며 일본인들의 판단력을 의심하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파운드 위원의 이날 발언은 일본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IOC 핵심인사들의 앞선 발언들과 이어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OC의 태도, 선 넘었다"

IOC가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올림픽에 목을 매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IOC는 미국 NBC 방송과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부터 2032년 여름 올림픽까지 합계 120억3000만 달러(약 13조4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중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만 14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IOC가 이를 물어줘야 한다. IOC는 전체 수익의 약 70%를 올림픽 방영권 판매로 얻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역 위원 중 최고참인 딕 파운드 위원.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역 위원 중 최고참인 딕 파운드 위원.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 역시 '올림픽 취소'를 먼저 제안할 경우 IOC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결정권은 IOC에 있다"며 권한과 책임을 아예 IOC에 떠넘겼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 담당상은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도쿄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림픽 취소로 인한 '돈 문제'를 둘러싸고 IOC와 일본 정부, 도쿄도가 '폭탄 돌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IOC 관계자들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27일 자에서 "IOC의 태도는 선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IOC는) 무슨 권리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올림픽은 '치외법권'인가"라는 한 스포츠 전문기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IOC제국'의 식민지 취급하는 발언으로 '주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일본 국민의 목숨보다 올림픽 개최를 우선하는 것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확산하면 손실 더 클 것" 

아사히 신문도 전날 정부에 올림픽 중단 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사설에서 코츠 위원장의 발언 등을 거론하며 "IOC의 독선적인 체질을 재차 각인시켰다"고 비판했다.

올림픽을 취소하면 일본 정부의 부담은 늘겠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의 경제적 손실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일본 민간 경제연구소인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취소했을 때 경제손실을 1조8108억엔(약 18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비용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33%로 경기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며 이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재발령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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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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