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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압색영장 없는 체포영장 집행 위법"…김정훈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2013년 철도노조 불법 파업 관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필요한 때' 주거수색 형소법 위헌" 헌재 결정 따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3년 12월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의 민주노총 본부를 강제진입 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깨진 강화 유리조각을 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민주노총 본부 또는 경향신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없는 상태였다. 체포영장만으로 강제 진입이 가능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수사기관이 ‘필요한 때’ 타인의 주거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경향신문사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 충돌이 벌어졌다.

김정훈 전 위원장도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고, 2015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서울고법 항소심은 경찰이 근거로 든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제청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필요한 때’ 주거 수색까지 하도록 한 건 헌법상 영장주의의 예외 범위를 과도하게 벗어났다”는 취지였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 형소법 조항은 지난해 2월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는 것으로 개정됐다.

지난 2013년 12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과 철도노조 지도부 강제 구인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4일째 파업중인 전국철도노종조합 지도부를 강제 구인하기 위해 출입문 유리를 부수고 진입했으며, 공권력이 민주노총 강제진입을 시도한 것은 1995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뉴스1]

지난 2013년 12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과 철도노조 지도부 강제 구인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4일째 파업중인 전국철도노종조합 지도부를 강제 구인하기 위해 출입문 유리를 부수고 진입했으며, 공권력이 민주노총 강제진입을 시도한 것은 1995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뉴스1]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닌 이상 김 전 위원장의 행동도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이 사건에선 개정된 현행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며 “2013년 경찰이 건물을 수색하기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은 2013년에 발생했고, 헌재의 위헌 결정은 2018년에 이뤄졌는데 소급적용이 가능하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사건인 만큼,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 효과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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