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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구글 나오길 잘했네…‘유튜브 광고의 아빠’ 유니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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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금은 상상이 안 되지만 유튜브도 한때는 돈 안 되는 서비스였다. 그런 유튜브의 체질을 확 바꾼 건 추천광고 알고리즘. 취향에 맞는 광고를 추천해 주고, 보기 싫은 광고는 건너뛰는 기능 덕에 유튜브는 연 197억달러(22조원, 2020년기준)짜리 비즈니스 플랫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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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튜브 알고리즘을 만든 한국인이 있다. 스티브 잡스를 동경했던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97학번)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석·박사를 밟았고, ‘구글러’가 됐다. 그러다 2013년 가을, 구글을 떠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나섰다. 올해 5월 2000만달러(220억원)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몰로코(Moloco)의 안익진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한국을 찾은 안 대표를 서울 신사역 근처 몰로코 한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광고솔루션 기업 몰로코 안익진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대로 몰로코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광고솔루션 기업 몰로코 안익진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대로 몰로코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유튜브 광고의 아버지 

몰로코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온라인 광고를 자동 집행하는 회사다. 안 대표가 2013년 10월 오라클 출신의 박세혁 공동창업자와 함께 유튜브 본사가 위치한 산마테오(현재 본사는 레드우드시티)에 설립했다.

왜 ‘온라인 광고’ 시장에 도전했나.
“한국의 판도라TV 기억하시는지? 세계 최초(2004년)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였지만 수익화의 벽을 못 넘고 사라졌다. 그런데 유튜브는 제가 동료들과 만든 광고모델과 기술로 기존 콘텐트 시스템을 뒤엎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걸 지켜보면서 애드테크(ad-tech)가 플랫폼을 성장시키고 지속가능케 하는 핵심이란 걸 깨달았다.”

안 대표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2006년 10월) 초기인 2008년 구글에 입사해 유튜브 수익화를 담당하며 추천 광고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기대했나.
“전혀. 그때는 유튜브가 다 죽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젠 유튜브가 구글 매출의 10% 이상(2021년 1분기 알파벳 매출 554억달러, 유튜브 매출 60억달러)을 책임지더라. 처음에 우리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광고를 팔아오라는데, 광고 건너뛰기 기능이 붙은 플랫폼에 어느 광고주가 돈을 낼까 싶었다. 하지만 광고 효과가 데이터로 입증되자 광고주들이 먼저 찾아왔다. 게다가 콘텐츠 제작자도 수익을 얻고, 플랫폼도 성장했다. 광고 프로그램의 혁신이었다.”
그런데 왜 구글을 나왔는지.
“유튜브 다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분석팀에서 일했는데, 모바일 시장서 ‘넥스트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속속 생겼다.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수익화 방법이나 광고 매출을 가진 플랫폼이 거의 없더라. 그때 ‘앞으로 모바일 기업을 위한 광고 엔진 기술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했다.”
광고솔루션 기업 몰로코 안익진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대로 몰로코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광고솔루션 기업 몰로코 안익진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대로 몰로코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짜증나는 광고, 머신러닝이 바꿀까? 

몰로코의 경쟁력은 뭔가.
“우리는 글로벌 모바일 광고시장의 90% 이상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실시간으로 앱에 접근하는 사용자를 분석하고 광고주에게 연결해 주는 기술(오픈 RTB ·Real Time Bidding)이 핵심이다. 1초에 200만개 앱에서 광고 넣어달라는 요청이 오고, 실시간으로 광고주와 연결한다. 현재 몰로코를 통해 광고를 파는 모바일 앱은 전세계 550만개 이상,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는 매달 100억명 이상이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짜증나는 것'으로 여기는 편인데.
“한국 사람이라면 인터넷, 미디어 지면이 광고 때문에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알고 있을 거다. 잘못된 애드테크의 폐해다. 그렇다고 광고를 모두 없애야 하는 건 아니다. 좋은 광고 기술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발견(Discovery experience)하게 해주고, 플랫폼 기업의 성장 발판이 된다.”
매출은 어떤가.
“최근 3년간 약 2.7배씩 성장했다. 작년에 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5000억원이다. 무난히 달성할 걸로 본다. 흑자 전환한지 꽤 됐다.” 
성장의 분기점을 꼽는다면.
“성장 가속도가 붙은 건 스타트업들과 일하면서였다. 대기업과 일하는 게 도움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달랐다. 스타트업들은 일의 속도가 빨랐고, 성취감도 컸다. 국내에선 배달의 민족, 비트망고(퍼즐 게임 회사), 메스프레소(AI 수학앱 콴다), 스푼라디오 같은 기업이 기억에 남는다. 초창기부터 함께 했고, 그들이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걸 보며 보람도 느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틱톡과 나란히

몰로코가 세계 7위 광고 네트워크라고?
“맞다. 한국계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 공략법을 고민했는데 답은 숫자에 있었다. 광고 성과는 정량적으로 측정되니, 숫자만 좋으면 상대를 설득하기 좋다. 2018년 정도부터 각종 광고 퍼포먼스 측정에서 글로벌 순위권에 들었다. 마케팅업계서 가장 공신력 있는 싱귤러 ROI인덱스에서 7위에 올랐다. 6위까지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이다. 그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파트너 고객사(앱)들과 우리가 가진 기술을 나눈다는 점이다.”
기술을 나눈다?
“광고는 데이터를 가진 쪽과, 기술을 가진 쪽이 함께 비즈니스하는 것이다. 둘 다 가진 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정도고 대부분 회사는 사용자 데이터는 있지만 광고기술이 없다. 초창기 유튜브도 그 기술이 없어 구글에 팔렸고, 같은 이유로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에 팔릴 수 밖에 없었다. ‘데이터를 가졌더라도, 살아 남으려면 결국 플랫폼에 흡수돼야 하나?’ 이 질문이 내 창업의 출발점이었다.”  
앱이 보유한 데이터를 몰로코도 공유받나?
“아니다. 고객사 데이터를 우리가 가져올 순 없고, 우리의 머신러닝 기술을 플랫폼에 통째로 내줄 수도 없다. 이 딜레마는 클라우드로 풀었다. 고객사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두고 보호하면서, 저희 기술을 클라우드 기반 모듈화해서 고객사의 환경에 맞출 수 있게 됐다.”
몰로코는 2021 싱귤러 ROI 인덱스에서 종합순위 7위 광고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렸다.

몰로코는 2021 싱귤러 ROI 인덱스에서 종합순위 7위 광고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렸다.

광고의 미래

애플·구글이 고객 데이터수집 정책을 엄격히 바꿨다. 광고 시장엔 타격 아닌가.  
“사용자 개인정보 존중이란 대의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애플은 데이터 수집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서 보자. ‘그러면 유튜브 추천이 부정확해지고 나와 안 맞는 광고로 도배되는 게 좋은 경험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데이터 자체보다, 소수의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게 문제다.”
구체적으로 뭐가 걱정되나.  
“(돈 벌 수 있는) 광고 기술을 소수 회사만 쥐고 있고, 중소 플랫폼들이 이들 회사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광고) 기술을 제공하지 않으면 거대 플랫폼 독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국내에서도 플랫폼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늘었다.  
“가령, 명함 관리해주는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도 독자적으로 잘 할 수 있었을텐데 (네이버에) 통합 되지 않았나. 그런 회사들에게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광고 기술을 주고 클 수 있게 돕는 게 우리 일이다. 특정 플랫폼으로 데이터가 집중되지 않으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광고 기반의 인터넷 사업모델(BM)이 계속될까.
“광고와 구독, 과금 등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세가 될 것이다. 한동안은 넷플릭스형 구독모델이 답이라고들 했지만, 지금은 광고지원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업체(OTT)들이 요샌 ‘애드 서포티드 TV’(광고 시청 여부에 따라 이용가격이 할인되는 모델)를 강조하는 추세다.”
앞으로 계획은.
“모바일 퍼포먼스 광고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하겠다. 머신러닝에 기반한 (또다른)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시점엔 상장(IPO)도 할 계획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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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5월 20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유튜브 광고' 아버지의 친자식, 몰로코"의 요약 버전입니다.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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