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이란 송철호·송병기, 주호영이 얼떨결에 찾은 반증

중앙일보

입력 2021.05.27 05:00

업데이트 2021.05.27 08:26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에서 검찰이 주목한 판례가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재정신청 결정문이다. 결정문에는 재판의 주요 쟁점인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와 관련한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리가 담겨 있다.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 공범
非공무원도 공소시효=10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한 혐의를 받는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한 혐의를 받는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 vs 10년’

이 재판에서 핵심 피고인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측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시점에는 비공무원 신분이었으므로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인 6개월이 지나 기소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공무원과 공범인 경우엔 공소시효가 10년”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공직선거법 제268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하지만 같은 법 3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위반한 경우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후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는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구분 없이 10년 공소시효가 적용돼야 한다”며 “하급심에서도 공무원의 공범인 비공무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268조 3항에 따라 공소시효 연장 효력을 미친다는 취지로 판시된 사실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판례 발목 잡을까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제시한 하급심 판례는 지난해 10월 29일 나온 오 전 시장에 대한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 결정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정은 검찰이 오 전 시장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자 주호영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나왔다.

지난해 8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유럽 3개 도시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8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유럽 3개 도시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국민의힘은 검찰이 오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해 10월 15일까지도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성추행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오 전 시장은 21대 총선 직후로 사퇴 기자회견 시점을 조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비공무원 공소시효 연장 효력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해당 재정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 측은 재정신청서를 내면서 공직선거법(제268조 1항)에 따라 공소시효를 선거가 있던 지난해 4월 15일 이후 6개월까지로 규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68조 제3항에 따라) 오 전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범행의 공소시효는 2030년 4월 15일”이라며 선거일로부터 10년이라고 못 박았다. 함께 고발당한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의) 입법목적, 규정취지, 문언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공범인 비공무원도 공소시효 연장의 효력이 미친다”며 “비공무원인 피의자에 대해 (공소시효 6개월을 적용한 것을) 전제로 한 재정신청은 법률상 방식에 위배된다”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에서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검찰 측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과 공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의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지만 고등법원의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건 참고할만한 지점”이라며 “부정선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공직선거법 268조 3항이 가지는 의미는 공무원 선거 관여는 엄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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