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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미정이지만, 허니문은 꼭 도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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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다정하게 하트를 만든 이승준-김소니아 부부는 각각 한국과 루마니아 대표로 도쿄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김상선 기자

다정하게 하트를 만든 이승준-김소니아 부부는 각각 한국과 루마니아 대표로 도쿄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김상선 기자

남자농구 전 국가대표 센터 이승준(43·2m 5㎝)과 여자 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 포워드 김소니아(28·1m 76㎝)는 농구계 대표 커플이다. 2019년 지인 소개로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다. 둘 다 하프 코리언(이승준 미국계, 김소니아 루마니아계)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15년의 나이 차이는 사랑 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동반 올림픽 꿈 김소니아·이승준 #혼인신고 했지만 식은 계속 미뤄 #부부 나란히 3대3 농구 국가대표 #아내 도와주며 본선행 티켓 도전

두 사람은 지난해 혼인 신고부터 했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은 일단 연기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는 잦아들지 않았고, 지난달 예정이던 결혼식을 또 미뤘다. 이번에는 무기한 연기다. 대신 지난달 말 예정에 없던 웨딩 사진을 찍었다.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김소니아를 위해 이승준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김소니아는 루마니아 여자 3대3 농구 국가대표다. 사진은 김소니아가 도쿄올림픽(7월)을 앞둔 팀 훈련을 위해 루마니아로 출국하기 직전 찍었다. 한국 남자 3대3 농구 국가대표인 이승준은 국내에서 전지 훈련한다. 부부 올림피언을 꿈꾸는 이들은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웨딩 사진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결혼식이 미뤄지자 먼저 찍은 웨딩 사진. [사진 원규마스터피스]

결혼식이 미뤄지자 먼저 찍은 웨딩 사진. [사진 원규마스터피스]

이승준을 전지훈련지인 광주광역시 3대3 대표팀 숙소에서 만났다. 지난달 26일 출국한 김소니아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소니아는 “오빠와 하루 4~5차례 영상 통화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남편 응원을 받으면 훈련 때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소니아가 ‘43살에 국가대표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열심히 하되 다치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내 눈에는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3대3 농구는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농구 코트 절반인 경기장에서 두 팀이 번갈아 공수를 주고받는다. 경기 시간은 10분이며, 21점을 먼저 넣은 팀이 이긴다.

김소니아의 루마니아(세계 5위)는 도쿄올림픽 여자 3대3 농구 금메달 후보다. 최근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세계 랭킹이 좀 떨어졌다. 원래 세계 톱3 팀이다. 우리은행의 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 주역 김소니아는 루마니아에서도 핵심 선수다.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미국 프로농구(NBA) ‘전설의 리바운더’인 데니스 로드맨처럼 리바운드와 몸싸움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키 2m 1㎝인 로드맨은 당시 NBA 센터의 평균 키보다 10㎝ 작았지만, 7년 연속 리바운드왕(1991~98년)을 차지했다.

결혼식이 미뤄지자 먼저 찍은 웨딩 사진. [사진 원규마스터피스]

결혼식이 미뤄지자 먼저 찍은 웨딩 사진. [사진 원규마스터피스]

이승준은 김소니아에게 1대1 대결에서 큰 선수를 막는 변칙 기술을 가르쳐줬다. 이승준은 프로농구(KBL)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네 차례 우승했다. ‘빅맨’인 이승준은 자신보다 작은 상대에게 다양한 변칙 수비를 많이 당했다. 그걸 역으로 김소니아에게 알려준 거다. 김소니아는 “내가 로드맨처럼 하면, 동료들이 마이클 조던(1990년대 시카고 불스에서 로드맨과 활약)처럼 득점해줄 거다.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승준은 아직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세계 23위)은 26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20개 팀, 4개 조)에 출전한다. 미국(2위), 벨기에(17위, 이상 27일), 리투아니아(6위), 카자흐스탄(35위, 이상 29일)과 조별예선 B조에 속했다. 전체 3위까지 올림픽에 나간다. 이승준은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농구 은메달)이 가장 큰 국제대회였다.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준은 쉴 때도 바쁘다. 김소니아 전담 분석관이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에서 보낸 김소니아의 훈련 영상을 보며 꼼꼼히 분석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낸다. 이승준은 “미세한 움직임까지 다 보려고 한다. 곁에 있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평생의 꿈인 올림픽 무대를 함께 밟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소니아는 “올림픽은 어린 시절 꿈이었다. 최고 무대에 남편과 함께 서고 싶다. 결혼식 날짜는 못 정했지만, 허니문 장소는 정했다. 바로 도쿄”라며 웃었다. 이승준은 “허니문은 꼭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겠다. 한국이 예선 참가국 중 최약체라지만, 기적을 연출해 아내가 지정한 도쿄(올림픽)에 꼭 가겠다”고 다짐했다.

광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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