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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5년 전 철수한 배터리소재 사업 재도전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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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달 19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 방향에 설치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지난 달 19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 방향에 설치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5년 전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GS그룹이 배터리 소재 사업 재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각 기업의 화두로 대두하면서 배터리 소재는 친환경과 미래 먹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이달 초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코스모신소재의 충주 공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홍순기 ㈜GS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도 함께 했다. 코스모신소재는 GS그룹의 방계 회사인 코스모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허태수 회장의 사촌이다. 이 때문에 GS그룹이 코스모신소재와 손 잡고 배터리 소재 시장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코스모신소재의 양극재 생산 능력은 지난해 기준 연간 9000톤으로 포스코케미칼(4만톤)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2022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9만8000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스모신소재는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증설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모신소재의 매출은 2042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24억에 머물렀다. 만약 GS그룹과 코스모신소재가 협력할 경우 GS그룹은 신사업에 진출하고 코스모신소재는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GS그룹이 코스모신소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5년 전 배터리 사업 손실 보고 매각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공장. [사진 포스코케미칼]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공장. [사진 포스코케미칼]

GS그룹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본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GS칼텍스는 녹색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2년에 걸쳐 양극재 생산 기업인 대정이엠의 지분을 29% 인수했다. 이후 GS칼텍스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GS에너지가 이 지분을 승계했고, 2013년 대정이엠의 나머지 지분(71%)까지 사들인 뒤 사명을 GS이엠으로 변경했다. GS이엠은 이듬해 GS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일폴리머를 흡수합병하며 배터리의 또 다른 소재인 폴리머 제작 사업도 시작했다.

당시 GS이엠은 코스모신소재 인수도 검토했지만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이를 보류했다. GS에너지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GS이엠에 1221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그룹의 신성장 동력 사업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0억원대 매출이 700억원대까지 늘었지만 남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GS이엠은 2013년 출범 이후 3년간 적자를 이어가다 2016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38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GS그룹은 더 이상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보고 2016년 하반기 LG화학에 양극재 생산공장과 인력 등을 모두 넘기고 2018년 GS이엠 법인을 해산했다.

전기차 성장세 보고 배터리 재도전

GS그룹이 아픈 과거에도 다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5년 전과 비교해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10만대에서 2030년 518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지난해 139GWh에서 3254GWh로 23배 커질 것을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GS그룹은 이미 관련 사업에 발을 들인 상태다. 지난해 출범한 GS건설의 계열사 에네르마는 다 쓴 전기차 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뽑아내는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은 2022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45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재계 주요 기업 상당수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GS그룹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통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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