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현장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성역으로 만들고 싶은 당ㆍ정ㆍ청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16:45

업데이트 2021.05.26 16:48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당·정·청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무부처 수장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언론 앞에 나섰고 청와대 참모진 역시 기자들과 만나 분야별 성과를 상세히 정리·발표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격이 ‘뿜뿜’ 느껴지는 한미정상회담이었다”(윤호중 원내대표)고 자찬했다. 지난 25일엔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3개 부처 장관이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합동 브리핑까지 열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방미 성과를 분야별로 나눠 각 부처가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조치였다.

'국격 뿜뿜' 자찬에 정부 합동 브리핑
하지만 핵심 질문엔 답 내놓지 않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민주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성과 환영합니다'라는 백드롭 문구를 단 데 이어 지도부가 일제히 정상회담 성과 띄우기에 주력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민주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성과 환영합니다'라는 백드롭 문구를 단 데 이어 지도부가 일제히 정상회담 성과 띄우기에 주력했다.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들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평가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임기 말 레임덕 위기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향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 성과는 여론을 환기할 기회인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약 한달 반 만에 맞이한 뜻밖의 호재다. 하지만 성과 띄우기에 매몰된 채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일체의 의문 제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해협·남중국해가 언급된 데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한국의 무게중심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정의용 장관은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이라며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는 듯 말했지만, 중국은 “불장난”“내정 간섭”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해 항의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3개 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3개 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인권 문제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 역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 공동성명엔 북한과 관련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이 명시됐지만 신장 위구르 노동 착취 등 중국 인권과 관련한 언급은 빠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북한 문제의 경우 한국 정부가 당사자인 반면 중국은 ‘한·중 간 특수 관계’임을 감안해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이같은 답변은 자칫 상대국과의 관계에 따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같은 의문에도 민주당은 언론의 왜곡 보도라고 주장하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성역화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왜곡해 성과를 훼손하려는 보도가 존재했다. 권위주의 정부에서 길들여진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외교의 기본은 주고받기다. 문재인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미국 측에 제공했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결과로 인한 향후의 외교적 파장을 분석하고, 받은 것과 내어준 것의 목록을 비교하며 득실을 따지는 것 역시 정상회담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과 관심에 귀를 닫는다면 당·정·청이 합심해 정상회담 성과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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