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랩

확산되는 반중(反中) 감정, 이를 어찌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15:09

한국 브랜드 냉장고,  중국 일대일로 타고 유럽으로 수출된다.

최근 쓴 기사 제목이다. 원래 이 기사 제목에는 ‘한국 브랜드’ 대신 기업 이름 00이 들어가 있었다. ‘00 브랜드 냉장고, 중국 일대일로 타고 유럽으로 수출된다’였다.

그런데 기사가 인터넷에 오른 후 그 회사 홍보실에서 전화가 왔다.

“기자님, 이 기사 내려줄 수 없을까요?”
“엇! 왜 그러죠? 무슨 문제가 있나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기사에 저희 제품 불매 댓글이 붙어서요.
'친(親)중 기업'이라며 공격도 합니다. 여간 난처한 게 아닙니다.”

그랬다. 인터넷 댓글을 보니 그 기업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는 중이었다.

중국-유럽 화물 열차(中?班列) ⓒ신화통신

중국-유럽 화물 열차(中?班列) ⓒ신화통신

경제 현장 스케치였다. 중국에는 지금 각 도시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중국-유럽 화물 열차’ 운행이 활발하다. 중국의 국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노선과 겹친다. 그 철도에 한국 브랜드 제품이 실려 유럽으로 가고 있다는 기사였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자기편에 서라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현장 비즈니스는 정치 상황과는 다른 논리로 돌아가고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해 썼다.

해당 기업은 억울하다. 철도 대륙 수송은 선박 수송보다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도 대상 기업은 철길이 '일대일로' 노선과 겹친다는 이유로 친(親)중국 매국 기업이라고 공격받고 있었다. '00 제품 불매 제안합니다'라는 댓글도 보인다. '중국이라면 무조건 싫다', 우리 사회에 지금 퍼지고 있는 반중(反中) 감정의 단면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중국, 밉다. 서해에서 꽃게도 잡아가고, 김치를 자기네 음식이라고 우긴다. 미세 먼지가 불어오는 곳도 중국이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된 곳도 중국이었다. 그러니 감정이 상할 수밖에...당연하다.

감정의 끝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공산당 1당 독재(专政)의 나라 중국이 한국에 미칠 영향 말이다. 우리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발을 빼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권위주의의 나라 중국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나아가 정치까지 뒤흔들려 한다면? 남중국해를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듯 서해를 모두 중국 바다라고 우긴다면? 시진핑 시대 중국이 점점 더 강권 정치 성향을 보이기에 두려움은 크다.

ⓒabcnews

ⓒabcnews

필자 역시 중국이 무섭다. 중국이라는 존재가 훗날 우리를 옥죌 수 있다. 옛 조공 시스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사건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두려운 중국이다.

어찌해야 하나. 그렇다고 ‘에이 나쁜 놈들~’하고 돌아앉아야 하나?

아니다. 그래서 더 연구해야 한다!  

중국을 띄엄띄엄 봐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두려운 중국과 맞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뭘 준비하고 있는지, 꿍꿍이가 뭔지, 어떤 것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추적해야 한다. 그래야 대비를 하고, 기회를 찾고, 공존의 길을 모색할 것 아닌가.

감정만 앞세워 중국을 비난하고, 중국이 싫다고 돌아앉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두려운 중국을 키우는 꼴이 될 뿐이다.

ⓒAP

ⓒAP

침묵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국내 반중 감정은 상당 부분 중국에서 비롯됐다. 이걸 일깨워야 한다. 반중 감정에 매몰돼 무작정 욕하고 돌아설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서해 꽃게 도둑질에는 정부 차원의 따끔한 성명이 나와야 한다.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밀어내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게임 시장을 여는데 중국은 우리 진입을 막고 있다면, 그 불공정 행위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항의해야 한다. 그냥 묵인하는 것은 한-중 관계의 암 덩이를 더 키우는 꼴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협의체)'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가입해야 한다. 되레 겁먹고 중국 눈치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쿼드의 일부 가입도 이해하고요. 중국의 핵심 이익-대만 문제, 신장 위구르 문제, 남중국해 문제, 홍콩 문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라면 큰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

그들에게 ‘한국은 중국과 다르다’는 걸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 다름 속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 당시 외무장관이 샤먼(廈門)에 있으니, 그리 오면 만나겠다’ 라는 중국 측 말을 듣고는 샤먼으로 간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첨예하게 다투는 와중에 한국 외무장관이 중국 측 현장인 샤먼으로 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 한국은 우리가 이리하라면 그리하는 나라구나'라는 인식만 쌓여간다.

ⓒ로이터

ⓒ로이터

'정책라인에 중국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비난을 받는 정부다. 그러니 중국 눈치 보기 급급하고,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우리 정치의 진영 논리가 겹치면서 중국 외교는 꼬여가고 있다.

일반 대중 사이에는 반중 감정이 쌓여가고, 정책 당국자들은 중국에 무지하고…. 혹 그게 지금 우리나라의 ‘중국 노선’ 아니던가?

바뀌어야 한다. 시작은 끊임없는 관찰이다. 누군가는 중국 동향을 추적하고, 연구하고, 분석해내야 한다. 감정에 매몰돼 중국이 밉다고 돌아앉는다면, 더 큰 화(禍)를 쌓을 뿐이다. 짜증 나고, 괘씸할수록 더 연구해야 할 존재가 중국이다.

냉정관찰(冷静观察)!

‘00 브랜드 냉장고’는 '한국 브랜드 냉장고'로 바꿨다. 엄한 기사로 회사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반중 감정에 기사 제목까지 손봐야 하는 현실, 씁쓸함은 여전히 남는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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