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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아도 ‘유령법인’ 그대로…검찰, ‘대포통장 유통’ 법인 68곳 해산 청구

중앙일보

입력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제삼자 명의를 도용해 만든 통장)의 개설·유통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가 적발 후에도 해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유령법인’ 60여개를 검찰이 찾아냈다. 불법 도박사이트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재차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검찰은 관할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檢, 유령법인 68개 찾아내 해산명령 청구

26일 서울북부지검 공판부(부장검사 이지형)는 유령법인 68개를 찾아내 각 유령법인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전국 13개 법원에 상법상 해산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이 찾아낸 유령법인은 설립자 등 관련 범죄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해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법인들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령법인은 범죄자들이 스스로 해산하는 경우가 드물고 법원의 해산명령이 없는 한 존속하다 유사범죄에 재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산명령 청구에 대해 북부지검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부여된 검사의 해산명령 청구 권한을 사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상법상 회사 설립 목적이 불법적이거나 설립 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내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면 검사는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북부지검은 지난 4월부터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 중인 유령법인 사건과 지난 1년간 선고된 관련 판결문을 전수조사했다. 각 법인의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 존속 여부를 확인해 찾아낸 유령법인은 68곳에 달했다.

살아남은 유령법인이 2차 범죄 이용돼

검찰에 따르면 유령법인과 관련된 범죄는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는 법인을 설립해 등기를 내고, 은행에 허위 사실을 고지하며 계좌를 개설한 뒤 계좌의 현금카드 등을 양도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1차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유령법인이 2차 범죄에 이용된 사례도 발견됐다. A씨는 유령법인 임원 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찾던 B씨의 제안에 따라 경기도 부천에 한 유한회사를 세운 뒤 이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 4개를 만들었다. B씨에게 통장을 넘겨준 A씨는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

그러나 B씨가 대포통장 유통 혐의로 구속된 이후에도 A씨는 같은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 4개를 추가로 개설해 C씨에게 넘겨준 뒤 또다시 돈을 받았다. 결국 A씨도 유령법인 설립과 대포통장 개설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대포통장 양도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령법인 해산은 법적·사회적 책임”

북부지검은 앞으로 범죄의 근원이 되는 유령법인의 해산 작업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공판에서 발견되는 유령법인을 지속해서 해산하는 한편 형사부도 수사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해산명령을 청구하겠다”며 “유령법인에 임원 명의를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유령법인을 해산해야 하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널리 알림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 역할인 수사와 공소제기 외에도 범죄 예방을 위한 검사의 공익적 역할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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