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씨 유족 입장문 "친구A 행동 납득 안돼…진실 구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10:49

업데이트 2021.05.26 10:58

한강 공원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손정민씨의 유가족이 "진실을 구하고자 한다"며 친구 A씨와 관련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 씨 추모공간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 씨 추모공간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손씨의 유가족은 입장문에서 "우리 유가족은 처음 실종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민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민이를 찾을 수 없었고,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A밖에 없었다"며 "처음 정민이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을 때 A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너도 많이 놀랐겠구나'라며 A를 배려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실종 사흘째 되던 날 우연히 경찰관을 통해 A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새벽 3시 37분경 부자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 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와 그 가족의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돌이켜보면 다른 친구들은 정민이를 찾기 위해 반포한강공원을 누볐음에도 A는 단 한 번도 공원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우리는 소중한 정민이를 잘 보내기 위해 진실을 구하고자 한다"며 "A와 그 가족에게 만약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관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찰에게는 실체적 진실을 뛰어넘어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하는 마음에서 이 입장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적었다.

유가족은 해당 입장문에서손씨의 입수 과정에 대한 의혹 중 ▶술버릇 ▶실족 가능성 ▶혈중알콜농도 등을 해명했다.

손씨의 유가족은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의 술버릇 때문에 신입생 때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한 적이 있다"며 "이런 일로 주의를 주고 사고방지와 경각심을 갖게 하고자 위치 앱을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실족 당일은 격주로 계속되던 시험과 6주간 해부학실습과정이 끝난 첫 주말이라 친구와 나간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들은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를 유가족에게만 알려주고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으며, 경찰로부터 익사 주검은 부패 등으로 인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 '지난달 25일 새벽 2시에 촬영된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만취 상태'라고 답을 대체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족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지형을 고려할 때 실족으로 인한 익사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가족은 손씨의 친구 A씨와A가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유가족은 사건 당일 새벽 3시 반~4시 반 사이에 손씨가 입수하게 된 어떤 사건이 있었고, 사건에 A씨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는 사건 당일 새벽 A씨가 손씨의 어머니에게 손씨의 휴대폰을 건네주며 "정민이가 언덕에서 넘어져 끌어올리느라 힘들었다"고 강조한 점, 그다음 날 저녁 만남에서도 A씨가 "(손씨가) 신음을 내며 '악' 하면서 굴렀다. 그걸 끌고 올라오느라 제 옷, 신발 보면 아예 흙이다. 평지가 있고 언덕이 있고 강이 있잖나. 거기 자빠져서 그걸 끌어 올렸을 거다"라고 답한 점 등을 꼽았다.

손정민씨 유가족 제공

손정민씨 유가족 제공

유가족은 사건 당일 새벽 5시 이후 A가족이 한강공원에 도착했을 때 15분 이상 강 비탈을 번갈아 오르내린 점도 수상하게 봤다.

유가족은 "A는 물론 A 부모 또한 강 비탈에서 어떤 심각한 사건이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던 거로 보이고, A 입장문 내용처럼 '자고 있을 것이라 판단해' 직접 찾으러 나왔고, 내내 블랙아웃 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정민씨 유가족 제공

손정민씨 유가족 제공

또 "정민이를 찾으러 새벽 5시에 가족 모두가 서래마을에서 한강까지 뛰어나올 정도의 상황이라면 112나 119에 신고하거나 바로 인근에 거주하는 정민 부모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A가족은 이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경찰 대응에 대해서도 "유일한 관련자인 A에 대한 조사가 늦었다"며 "실종 당시 아침 A의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은 조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증거품 수집에서 신발, 티셔츠가 실종 다음 날 이미 버려져 제출되지 않았고, 의류와 노트북은 실종 10일째에 제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와 A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확보에 주력"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유가족은 입장문에서 "이 사건의 유일한 관련자인 A의 진술 확보를 위해 수사 집중을 요청한다"며 영상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면담 등을 요청했다.

유가족은 "A는 밤늦게 정민이에게 갑작스러운 술자리를 제안했고, 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음에도 실종 이후 단 한 번도 정민이를 찾기 위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며 "장례식장에도 정민 부의 언론 인터뷰로 인해 마지못해 한밤중에 어른을 앞세워 찾아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A가족이 처음부터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유가족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설명했다면, 아니 설명하려고 하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그때도 경찰 수사가 필요했을까?"라고 되물으며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회피해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주고, 지금에 와서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가족은 "앞으로 영원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정민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아직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최연수,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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