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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와도 한푼 안주더니 백신 인센티브? 배신감 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5:00

업데이트 2021.05.30 16:27

지난 3월 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을 보인 A씨가 20일 앞이 안 보이고 팔ㆍ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 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측 제공]

지난 3월 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을 보인 A씨가 20일 앞이 안 보이고 팔ㆍ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 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측 제공]

“정작 백신 맞고 이상반응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접종 완료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이상반응 환자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거 아니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을 보인 김모(26)씨의 아버지 김두경(52)씨는 25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안양시 소재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던 아들 김씨는 지난 3월 4일 백신을 맞고 발열과 구토, 오한, 사지마비 증상에 시달렸다. 석 달 가량이 흘렀지만 A씨는 여전히 재활치료 중이다. 지난 20일에는 앞이 안 보이고 팔ㆍ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 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병원 5곳을 전전한 결과 김씨가 받은 진단명은 ‘상세 불명의 뇌염ㆍ척수염’과 ‘급성 횡단성 척수염’ ‘길랭-바레 증후군’이다. 평소 기저질환이 전혀 없었고 접종 한 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에선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보상이 기각됐다. 백신보다 다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이 적혀 있었다. 이에 김씨의 아버지는 “그 가능성이 뭔지라도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30세 미만에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기 전에 정부를 믿고 접종했는데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 관심도 없다. 배신감에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접종 독려 나섰지만, 국민은 '이상반응' 우려↑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A씨의 경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상이 기각됐다. [김두경씨 제공]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A씨의 경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상이 기각됐다. [김두경씨 제공]

일반 국민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25일 기준 AZ 백신 접종을 앞둔 대상군별 예약률은 ▶70~74세 67.7% ▶65~69세 62% ▶60~64세 50.3%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예약률도 낮았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서도 국민의 61.4%만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했다.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는 이상 반응 우려(84.1%)가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관리ㆍ보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이상반응 판단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그중 보상이 이뤄지는 건 3가지로 ①인과성이 명백할 경우나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을 경우 ③인과성 가능성이 있을 경우다. 24일 기준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백신 접종 후 사망 및 중증 이상반응 사례 249건을 조사한 결과 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2건이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 중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했던 사례가 기준②에, 발열 후 경련으로 인한 혈압저하 사례가 기준③에 해당했다.

위에 3가지 외에 남은 기준은 ④-1 근거자료 불충분으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와 ④-2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이기에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혹은 ⑤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다. 당초 이 사례들은 모두 보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④-1 에 대해 최대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정책을 내놨다. 249건 중 ④-1에 해당하는 건 7건뿐이다. 앞선 A씨의 경우 ④-2 사례에 속해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 “접종률 높이려면 보상 체계 폭 넓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문가들은 현재 인과성 판단 기준이나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표적으로 급성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은 40대 간호조무사 A씨의 사례를 들었다. A씨는 AZ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이 왔고 급성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지만, 피해조사반은 해당 사례를 근거자료 불충분으로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고 봤다. A씨의 사례는 기준 ④-1에 해당해 1000만원의 치료비만 받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해당 병명은 이미 다른 백신에선 인정된 이상반응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선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어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이상반응은 인정을 못 받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 인센티브를 고려하기보다 이상반응에 대해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돈을 쓰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새로 나온 백신이고 개발 과정이 짧은 점을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완전히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상대적으로 넓다”며 “지금의 인과성 평가는 국제적 기준에 맞춰 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인과성 평가와 보상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색지대가 넓다 보니 기존에 해왔던 대로 이상반응 관리를 하기 어렵다”며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없는 사례를 제외하고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거나 보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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