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럭셔리’ 식품 ‘멤버십’…네이버 안부러운 자사몰 열풍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5:00

업데이트 2021.05.26 08:26

# 올해 3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문을 연 ‘에스아이(S.I.)빌리지’의 면세전문관은 두달 남짓 만에 목표치의 120%를 달성했다. 전체 거래액은 전년보다 84% 늘어난 1300억원을 기록했다. SI빌리지는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 직후에는 신규가입자가 한 달 만에 266%가 증가하기도 했다. 주요 타깃인 MZ세대만 보면 630%가 늘었고, 신규 가입자중 14%가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가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 4월 선물포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선물 구매가 늘어나자 백화점에서 선물을 산 것 같은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 4월 선물포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선물 구매가 늘어나자 백화점에서 선물을 산 것 같은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이나 식품업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우리 집’(자사몰)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쿠팡이나 네이버같은 외부의 쇼핑 플랫폼이 아닌 자사몰을 통해 누가 무엇을 사는지, 어떤 경로로 찾아오는지, 주로 언제 방문하는지, 얼마나 머무르는지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D2C·Direct to Customer)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엔 고객 데이터가 기업의 자산”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어 자사몰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퍼스널 쇼퍼가 VIP 대접하듯 상품 설명    

더한섬닷컴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프리미엄 의류 클리닝 서비스. 사진 한섬

더한섬닷컴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프리미엄 의류 클리닝 서비스. 사진 한섬

트렌드를 민첩하게 포착한 자사몰은 폭풍 성장하고 있다. 패션업계의 자사몰은 단연 ‘럭셔리’를 내세운다. S.I.빌리지는 병행 수입 제품이 아닌 정식 판권을 갖고 수입해 정품이 100% 보장된 브랜드만 판매한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음향기기, 국내외 유명 예술작품까지 아우른다. 지난해 말 시작한 라이브방송 ‘S.I.라이브’는 할인율이나 구매 혜택보다는 백화점 퍼스널 쇼퍼가 VIP에게 상품 설명을 해주는 것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달엔 백화점과 같은 선물 포장 서비스도 시작했다.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회원은 포인트 적립률이 구매금액의 5%이고, 교환 및 반품 서비스도 무제한 무료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의류업체 한섬의 자사몰 ‘더한섬닷컴’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4% 늘어난 1850억원을 기록했다. 자사몰을 개장한 지 5년 만에 30배가 됐다. 한섬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도 ‘NO세일’ 전략을 고수해 브랜드 가치도 지키고 오프라인 매장에 버금가는 VIP 서비스를 한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더한섬닷컴은 지난해 백화점 VIP 수준의 온라인 전용 멤버십 ‘THE 클럽’ 서비스를 도입했다. 더한섬닷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도 42%가 늘었다. VIP(연간 20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비중이 81%에 달한다. VIP의 매출 신장률은 최근 3년간 매년 70%대에 육박한다. VIP 매출 비중 역시 2018년 50%에서 지난해 65%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사몰의 단골 ‘입맛’ 맞춰 신상품도 출시   

동원그룹은 최근 동원 F&B가 운영하던 ‘동원몰’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개별 운영하던 온라인 사업 조직을 통합한 신설 법인 ‘동원디어푸드’를 설립했다. 사진 동원그룹

동원그룹은 최근 동원 F&B가 운영하던 ‘동원몰’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개별 운영하던 온라인 사업 조직을 통합한 신설 법인 ‘동원디어푸드’를 설립했다. 사진 동원그룹

패션업체들이 ‘럭셔리’를 내걸었다면 식품업체는 유료멤버십 혜택을 강화해 단골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에 신제품을 2주 먼저 출시하는 등 자사몰 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에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0% 늘었다. 최근엔 단골(유료 멤버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료회원 ‘더프라임’ 제도를 개편해 ‘월 8회 한정 5% 추가 할인’ 대신 ‘상시 7% 무제한 추가 할인’을 도입하는 등 혜택을 키웠다. 지난 3월엔 신제품 체험단도 유료회원 전용으로 전환했다.

대상과 동원그룹 등도 충성 고객 덕에 자사몰 매출이 각각 27%, 20%씩 쑥쑥 성장하고 있다. 대상㈜이 운영하는 ‘정원e샵’의 경우 유료멤버십 ‘정원 CLASSIC’ 회원의 재구매율은 25%에서 30%로 증가했다. 동원그룹도 지난해 6월 유료회원제 ‘밴드플러스’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엔 동원 F&B가 운영하던 ‘동원몰’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개별 운영하던 온라인 사업 조직을 통합한 신설 법인 ‘동원디어푸드’를 설립했다.

식품업계 자사몰 단골들의 ‘입맛’은 시장도 움직인다. 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고메바삭 쫄깃한 탕수육’ 출시와 함께 3주간 한정 기획으로 판매했다가 정식으로 출시한 ‘고메 중화요리’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구매 패턴 분석 결과 탕수육을 사면서 짜장과 짬뽕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짜장, 짬뽕과 곁들여 먹으니 맛있다’는 상품평도 눈에 띄자 아예 본 상품으로 내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료회원은 제품에 관심도 많고 피드백이 빠르고 정확해 제품 업그레이드나 신제품 출시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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