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로 못 옮기는 화이자…연평도 어르신, 영흥도 가서 맞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5:00

지면보기

종합 16면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번 어르신 맞으세요? 예진표 보여주시고 입장하세요.”

거동 불편한 어르신에 차량 지원
섬 지역엔 운반 쉬운 AZ로 대체

25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예방접종센터 내 대기실. 마이크를 든 공무원들이 이렇게 외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실 입구로 어르신들을 이끌었다. 마이크를 손에 쥔 한 공무원은 “사람이 많고 장소가 큰 데다 어르신들이 귀가 어두워 안내를 잘 못 듣곤 해 마이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송 작전’ 펼치는 지자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수송 차량을 대기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수송 차량을 대기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없어서는 안 될 전달 체계다. 성남시나 서울 구로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수송 작전’을 펴기도 한다. 예방접종센터에 오가기 어려운 어르신에게 버스 등 수송 차량을 지원하는 것이다. 성남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수송 차량을 12대에서 16대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 14명이 시가 준비한 45인승 버스를 타고 예방접종센터로 이동했다. 어르신 눈에 잘 띄도록 밝은 주황색 조끼를 입은 공무원들은 “우리만 따라오시면 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주황색만 기억해달라”고 크게 외치며 인솔했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이응애(87·여)씨는 “부축까지 해주면서 이동을 도와준 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민원 전화만 수십 통”

거동이 불편한 75세 이상 어르신들 모시고 분당구 야탑동 탄천종합운동장 예방접종센터 도착한 수송 차량. 사진 성남시

거동이 불편한 75세 이상 어르신들 모시고 분당구 야탑동 탄천종합운동장 예방접종센터 도착한 수송 차량. 사진 성남시

현장의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 순서는 언제냐’ ‘또 언제 맞냐’ 등을 물어보는 전화가 읍면동 사무소 등에 많이 걸려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백신 예약과 관련해서는 일시에 많은 분이 전화를 걸다 보니 통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4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인천 옹진군 백령도로 수송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4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인천 옹진군 백령도로 수송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 섬 지역에서는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바다를 건너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온도와 진동 등에 취약해 배로는 안정적인 운송이 어려워 내륙과 다리로 연결된 영흥도에서만 맞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화이자 백신을 맞아야 하는 각 섬에 사는 75세 이상 주민들은 바다를 넘어 영흥도로 이동해야 한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연평도에서는 배 타고 나가 하룻밤 자고 백신을 맞은 뒤 그다음 날 들어와야 하는 처지다. 다들 생업도 있어서 (육지로) 나가 백신을 맞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주민 불편을 예상해 지난 3월부터 정부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달라고 요청했었다”며 “곧 AZ 백신이 들어온다고 한다. AZ 백신이 확보되면 화이자 백신을 못 맞은 어르신을 상대로 각 섬 보건지소에서 접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접종에 두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은 정부나 각 지자체의 세심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27일 AZ 백신 접종을 앞둔 권모(74)씨는 “두려운 마음에 보건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마냥 ‘괜찮다’라고만 한다”며 “부작용이나 대처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만일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떤 보상을 해줄 건지 등을 먼저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심석용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