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말리 쿠데타'…극단세력 뜰라, 국제사회도 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1:47

25일(현지시간) 말리 군부 실력자가 과도정부 대통령과 총리를 해임하자, 시민들이 반정부시위에 나섰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말리 군부 실력자가 과도정부 대통령과 총리를 해임하자, 시민들이 반정부시위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쿠데타 속의 쿠데타."

지난해 8월 쿠데타를 감행한 말리 군부 실력자가 과도정부 대통령과 총리를 구금한 데 이어 해임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한 말이다. 프랑스는 말리의 과거 식민 종주국이다.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대령 출신 아시미 고이타가 바 은다우 대통령과 모크타르 우안 총리의 해임 사실을 알리며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는 예정대로 2022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국민 성명은 전국 TV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쿠데타를 감행한 대령 출신 아시미 고이타. EPA=연합뉴스

쿠데타를 감행한 대령 출신 아시미 고이타. EPA=연합뉴스

이번에 쿠데타를 감행한 고이타는 약 10개월 전 쿠데타로 군사정부를 이끌다가 과도 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인물이고, 은다우 대통령도 군부 출신이다. 해임된 은다우 대통령 등은 현재 수도 바마코 외곽 칼리에 있는 군기지에 붙잡혀 있다고 한다.

고이타가 밝힌 대통령·총리의 해임 사유는 이들이 과도정부에서 '사보타주'(sabotage·저항을 위한 태만) 했다는 것이다.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채 전날 개각에서 군부 출신 장관 2명을 경질한 것을 가리킨다.

앞서 말리 과도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이들은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군부는 전략적 내각 자리들을 유지했지만, 국방부·내무부 장관을 맡았던 이전 쿠데타 지도자들은 배제됐다. 때문에 이 개각이 군사정부 지도자들이 입안한, 과도 정부 운용에 관한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은다우 대통령 등에 대한 구금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유엔(UN),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EU, 미국 등은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구금된 지도자들을 무조건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영국도 즉각 석방을 요구했고, 프랑스 장-이브 르 드리앙 외교부 장관은 말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AU 의장인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도 "말리를 불안케 하는 의도를 가진 어떤 행동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고, 호세프 보렐 EU 외교문제 수장은 트위터에 "과도기를 막는 사람들에 대해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말리의 정세 악화가 사헬(Sahel, 사하라 사막 주변 지역)지역에서 수행하게 될 이슬람 테러단체들과의 전쟁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말리는 대테러 전쟁의 주요 거점이다. 또 서·중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말리가 쿠데타 후 혼란에 휩싸이자 알카에다와 연계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활개를 친 바 있다. 이듬해 프랑스가 이들을 몰아냈지만, 극단주의 세력은 인근 국가인 부르키나파소·니제르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말리 상당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하에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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