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강력부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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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강력부 검사는 깡패를 잡는다. 그중에서도 집단으로 움직이는 깡패 무리, 즉 조직폭력배가 상대다. 물론 권총 차고 조폭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일망타진하는 검사는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현실 속의 강력부 검사는 수괴에서부터 말단 조직원까지의 계보도를 그려내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범죄단체(범단)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임무다. 범단 구성죄로 핵심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엮어야 진정한 일망타진이 가능해서다. 조폭 잡는 일이 검찰의 몫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강력부가 전담 독립 부서로 등장한 건 깡패집단의 대형화 이후였다. 과거의 건달패는 ‘나와바리(담당 구역)’ 안에서 지역민의 피를 빨아먹던 기생충에 불과했다. 정보기관의 옛 슬로건을 참고한 게 분명해 보이는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음지에 있으면서 양지를 지향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함께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른바 전국구 조폭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은 잔인한 살육전을 공공연하게 벌여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정치와 결탁하거나 기업·종교단체 등 합법의 외피를 둘러쓴 채 양지로의 부상을 꾀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더이상 방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칼을 빼 든 이가 심재륜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그는 수하에 선 굵은 검사들을 규합한 뒤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검찰은 전담 조직의 설치 필요성을 절감했고, 1990년 5월 서울지검에 강력부가 신설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심 부장의 진두지휘 하에 서방파 두목 김태촌 등 내로라하는 조폭들을 줄줄이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서방파·양은이파·OB파·번개파·칠성파·영도파·전주파·배차장파·군산파·목포파 등 이른바 10대 폭력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뒷골목과 권력의 결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몇 년 뒤의 ‘슬롯머신’ 수사를 주도한 것도 강력부 검사들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력부가 반부패부와의 통합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모양이다. 과거보다 깡패집단의 존재감이 약해진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수사역량 약화’가 제1과제인, 이상한 법무부가 하는 일이라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조처에서도 그 과제 수행과 무관치 않은 측면이 엿보이니 더더욱 말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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