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 시장이 혼돈 그 자체다. 하루 사이 암호화폐 가격이 20% 가까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시장의 주요 인사의 발언과 행보에 상승 로켓을 탔다가도 정부의 규제 움직임 등이 감지되면 이내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시장과 정부의 줄다리기 속 암호화폐 가격은 지루한 롤러코스터가 되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비트코인 가격은 3만8507달러에 거래됐다. 중국발 규제 여파로 하루 전날 오전 2시께 3만1248달러까지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루 반나절 만에 23% 치솟았다. 비트코인 뿐 아니라 이더리움(2595달러), 라이트코인(180달러) 등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24시간 전보다 20% 이상 올랐다.

일주일 사이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암호화폐 가격의 추락에 제동이 걸리고 반등에 성공한 것은 미국에서 날아든 비트코인 채굴협회 결성 소식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북미지역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이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표준화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었다.
이 소식은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인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의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머스크는 곧바로 “(이런 계획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평가하며 리트윗했다.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헤지펀드 대부 "채권보다 비트코인"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의 투자 소식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달리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린 코인데스크 행사에서 “비트코인을 좀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대비수단으로 채권보다 비트코인이 낫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시장의 널뛰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탓에 앞날을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올해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가격 오름세의 불을 붙였던 '머스크 리스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투자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24일 ”머스크가 또 한 번 암호화폐 시장을 농락했다”며 “한 사람의 트윗에 (암호화폐 가격이) 거친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성을 잃고 보다 많은 대중을 참여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때 ‘파파 머스크(아버지 머스크)’로 불린 머스크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다.
4만2000달러에 팔려는 투자자 증가
암호화폐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도 커졌다. 암호화폐를 팔고 떠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카터 워스 코너스톤매크로 수석 전략가는 ”현재 비트코인을 4만2000달러 선에서 팔려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이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국 월가에서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세는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중국이 이달 18일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거래와 투자를 막은 게 단적인 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암호화폐 위험성을 재차 경고하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24일 코인데스크 행사에서 “민간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사기 가능성이 있다”며 중앙은행 주도의 화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NBC 등에 따르면 피터 베레진 BCA리서치 최고 글로벌 전략가는 “암호화폐 시장은 계속해서 더 엄격한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지난 2주 동안 암호화폐가 받은 타격은 앞으로 닥칠 일들의 맛보기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일 때가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증권사 BTIG의 줄리언 에마뉴엘 수석 전략가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며 비트코인 연말 목표가를 5만 달러로 잡았다. 적어도 반년 안에 비트코인 몸값이 30% 이상 오를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