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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공개’ 논란…김어준 엄호 속 돌진 與, 어정쩡한 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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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 배열을 둘러싼 정치권의 통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포털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 알고리즘(algorithm)이란 프로그램 명령어의 집합으로 어떠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전에 정해진 절차나 규칙을 뜻한다. 이에 앞서 25일 오전에는 언론단체와 법조계, 인공지능(AI) 전문가 등 4명의 진술인에게 공청회에 참석하라는 요구가 전달됐다. 당초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공청회에 부르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번 공청회에선 포털 알고리즘 전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의원이 이미 포털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만큼 이에 관한 토론도 진행될 전망이다.

국회 과방위, 27일 포털 알고리즘 공개 공청회 개최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75.8%에 달한다. 수많은 언론사가 있지만 자체 홈페이지보다는 포털 업체가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여야는 모두 포털이 자신에게 유리한 뉴스는 장시간 노출하고 불리한 뉴스는 숨겨주길 원한다.

포털 통제에 관해선 이미 오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 서비스 초창기 네이버·다음 등의 인터넷 사업자는 소속 직원이 자의적으로 편집한 뉴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최근엔 사람 대신 AI가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배열한 뉴스를 노출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의심은 계속돼 왔다. 특히 4·7 재·보궐선거가 야권의 승리로 끝나자 여권은 일제히 AI의 알고리즘을 도마에 올리기 시작했다.

김어준, “네이버 오랫동안 공정성 시비…보수 매체 일색”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4일 자신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네이버는 오랫동안 (공정성) 시비에 시달려 왔다”며 “뉴스 섹션에 들어가면 보수 매체 일색”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포털 뉴스가 야당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며 “(뉴스 배열) AI에 야당 당직자가 들어가 있냐”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 설치하는 내용의 신문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이용자위원회는 기사 배열 알고리즘의 주요 구성 요소를 공개 요구하거나 검증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2019년 3월 청와대 대변인 시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2019년 3월 청와대 대변인 시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범여권에선 아예 공영 뉴스 포털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포털 알고리즘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 기금으로 ‘열린뉴스포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야권에선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원론적으로는 포털 알고리즘 공개에 찬성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다. 여든 야든 포털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알고리즘 공개를 주장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공개 요구에 대해선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업계, “유튜브는 더 치우친 정보…국내 기업 역차별”

공청회까지 열리게 되자 포털 업계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에 정치적 편향이 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포털보다 더 극단적으로 치우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처리하겠다는 법안은 정치적 의도가 짙고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영역에까지 정치 권력이 개입하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진정 공정성을 추구하려면 비정치적인, 권력이 개입하지 못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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