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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 김용호 재판 간 조국 "내가 여배우 후원? 용서 못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재판에 증인으로 직접 나섰다. 여배우 후원 의혹을 제기해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45)씨 공판에서다. 조 전 장관은 “여배우를 후원하고 모임에 데려갔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관적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명예 감정이 훼손됐다”고 했다.

조국 "여배우 몰라…용서할 수 없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3월 “증인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이날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나올 수 있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박창희 판사 심리로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조 전 장관은 김씨 변호인의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 측이 “인지도를 이용해 동생의 사업이나 여러 방면에 도움을 주려고 했느냐”고 묻자 조 전 장관은 “그런 적 없다. 질문이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언성을 높였다.

조 전 장관은 “공인에게 여러 비판이 가능하지만, 이런 문제는 공적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고 사생활이라고 해도 일고의 가치가 없는 허위사실”이라며 “그 여배우를 방송에서만 봤을 뿐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연락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말한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45)씨가 라이브로 진행한 방송. [유튜브 캡처]

지난해 8월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45)씨가 라이브로 진행한 방송. [유튜브 캡처]

형사대응 예고하자…"자극적 양념"

지난해 8월 25일 김용호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때다. 김씨는 영상에서 “조 후보자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여배우를 대동했다”고 주장했다. 슬럼프를 겪은 여배우가 갑자기 다수의 작품과 광고에 출연했는데 이를 조 전 장관이 도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김씨는 제보자가 조 전 장관 동생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방송 직후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조 후보자가 여배우를 후원했다는 취지의 유튜브 방송은 전혀 사실무근인 그야말로 허위조작”이라며 “신속히 민형사상 모든 조처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조 전 장관은 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같은 달 26일 ‘생존 방송’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여배우 후원 의혹을 ‘양념’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조국을 끌어내리려면 이런 자극적인 양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청문회를 위해서 말을 아끼겠다. 청문회 전까지 제가 가진 무기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배우 관련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다.

내용 분간 안 되는 제보자 음성

검찰은 김씨의 영상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 김씨가 “취재를 했다”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은 음질이 좋지 않아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또 김씨가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용호씨(오른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인근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용호씨(오른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인근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김씨는 2019년 8월 첫 의혹을 제기하고 같은 해 9월 ‘조국 여배우 녹취록 공개’라는 제목의 유튜브를 통해 녹음 파일을 재생한다. 해당 녹음은 김씨가 제보자라고 설명한 사람이 말하는 것으로, 음성이 변조돼 청취자들 입장에서는 제보자의 신원은 물론 내용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당시 김씨는 “여배우 성공에 영향력을 끼친 게 조국이라는 내용”이라고 녹음 내용을 설명했다.

김건모 부인 명예훼손 혐의도 

김씨는 또 지난해 1월 대구에서 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강연회에서 가수 김건모의 부인 장모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김씨는 “결혼 전에 유명 배우와 사귀었고 동거도 했다고 들었다”며 “업계 취재를 해보니까 그 친구가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녔더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장씨의 이름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추측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검찰은 장씨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날 장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증인신문은 장씨의 요청으로 방청객 없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 부분으로 증인의 명예와 관련한 부분이 포함돼 비공개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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