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장신 뮬리치 "나는 그라운드의 야수, K리그 집어삼킨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15:33

업데이트 2021.05.25 15:42

K리그 역대 최장신 뮬리치(오른쪽)가 성남FC 김유현 사원과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김 사원의 키는 1m 65㎝다. 뮬리치와는 약 40㎝ 차이다. [사진 성남FC]

K리그 역대 최장신 뮬리치(오른쪽)가 성남FC 김유현 사원과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김 사원의 키는 1m 65㎝다. 뮬리치와는 약 40㎝ 차이다. [사진 성남FC]

"유럽에서 별명이 '즈베르'(Zver·러시아어로 야수)였다. K리그 적응을 마친 야수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203㎝ K리그 역대 최장신 선수
코로나 휴식기 복귀 직후 골맛
가장 눈에 띄는 신입 골잡이
라마단 부진, 황당 퇴장 겪어

프로축구 성남FC 공격수 페이살 뮬리치(27·세르비아)가코로나19 휴식기에서 돌아오자마자 펄펄 날고 있다. 그는 22일 K리그1 1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시즌 5호 골(득점 7위)을 터뜨렸다. 3주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성남은 최근 리그 4경기(14~17라운드)를 쉬었다. 지난달 30일 FC서울전 직후 서울 황현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출전한 성남 선수들은 프로축구연맹 수칙에 따라 2주 자가격리 후 일주일간 회복훈련을 했다. 2월 벨레주 모스타르(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이적한 뮬리치는 이 기간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리그와 팀에 녹아들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팀이 경쟁팀보다 서너 경기 덜 치렀다. 두 경기마다 1골(12경기 5골) 페이스를 유지하면 득점 선두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외국인 골잡이 중에선 유일하게 득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뮬리치는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골잡이 중 유일하게 득점 10위 안에 들었다. [사진 성남FC]

뮬리치는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골잡이 중 유일하게 득점 10위 안에 들었다. [사진 성남FC]

뮬리치는 키 2m 3㎝(체중 102㎏)로 K리그 역대 최장신이다. 종전 최장신 보그단 밀리치(2m 2㎝)보다도 1㎝ 더 크다. 공중볼 경합은 백전백승이고, 두 명과 몸싸움을 붙어도 거뜬하다. 헤어스타일까지 삭발이라 험상궂은 표정만 지어도 상대는 움츠러든다.

장신 공격수로는 드물게 발도 빠르다. 지난달 10일 광주FC전 당시 하프라인에서 상대 골문까지 혼자 드리블 돌파한 뒤 득점하는 장면을 두 차례나 연출했다. 당시 광주 수비진이 전력 질주에도 따라잡지 못했다. 뮬리치는 "유럽에서도 헤딩보다 드리블이 주 무기였다. '저 선수는 덩치가 크니 헤딩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상대는 큰코다쳤다"고 자랑했다.

뮬리치는 장신 공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발이 빠르다. 헤딩보다 드리블 돌파 후 득점하는 경우가 더 많다. [뉴스1]

뮬리치는 장신 공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발이 빠르다. 헤딩보다 드리블 돌파 후 득점하는 경우가 더 많다. [뉴스1]

비시즌에 육상 코치를 섭외해 훈련하는 게 뮬리치 스피드의 비결이다. 그의 30m 스프린트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35㎞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고였던 문선민(상무)이 시속 36.4㎞였다. 뮬리치는 슛이 워낙 정확해 전담 키커도 맡는다. 그는 "롤모델인 세계적인 장신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유연하면서도 힘 있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즌 초에는 슬럼프도 겪었다. 무슬림인 뮬리치는 이슬람교 금식 기간인 라마단을 지키느라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올해 라마단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였다. 이 기간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음식은커녕 물도 마시지 않는다. 그가 힘을 못 쓰자, 선두권이던 팀도 중하위권으로 처졌다. 부진이 깊어질 무렵 코로나 휴식기가 결정됐다. 그는 "지금은 매일 경기해도 거뜬하다"고 큰소리쳤다.

광주전 멀티골 후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펼쳐 옐로카드를 받은 뮬리치. 그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광주전 멀티골 후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펼쳐 옐로카드를 받은 뮬리치. 그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뮬리치는 지난달 광주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뒤, 흥분해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에 앞서 반칙으로 옐로카드를 받은 것도 잊었다. '아차' 했지만, 늦었다. 결국 그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성남은 수적 열세 속에서 남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뮬리치는 "경기 후 동료들에게 '바보같은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동료들이 용서해줬다. 대신 '크레이지'라고 놀렸다. 화를 낼 줄 알았던 김남일 감독님은 내 엉덩이를 장난스럽게 걷어차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뮬리치는 "새로운 골 세리머니를 개발해 매 경기 득점하겠다. K리그를 집어삼키겠다"고 강조했다.
성남=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