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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개업 초기 ‘문전성시’ 훠궈 식당 한 달만에 폭망, 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7)

‘국민 포털’ 네이버와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최근 '구독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전문가, 작가, 언론사 등 창작자가 저마다 채널을 개설하고 그 안에 콘텐트를 게시하면 독자는 해당 채널에 월 2900~1만9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콘텐트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구독 서비스 베타 테스트 버전을 선보였다. 카카오는 하반기에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창작자와 구독자를 연결하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콘텐트 발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콘텐트를 발행하고, 이용자는 창작자 채널과 친구를 맺어 콘텐트를 구독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ID경제를 최대한 활용해 구독 서비스를 강화해 플랫폼 파워를 최대치로 올리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사실 이미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정수기·침대 등의 렌탈형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소재로 만든 웹툰 '라이언, 더 라이언' [사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소재로 만든 웹툰 '라이언, 더 라이언' [사진 카카오페이지]

앞으로 ‘ID경제’를 활용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구독경제 시장 쟁탈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구독경제 시장 진입과 전망에 대해서는 추후 기고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오프라인의 넷플릭스 무비패스(MoviePass)의 파산 

네이버, 카카오처럼 콘텐트 구독서비스의 플랫폼 강자를 꿈꾸다 사라진 미국의 '무비패스(MoviePass)'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무비패스는 네이버, 카카오와는 다른 온라인 및 모바일 기반이 아닌 오프라인, 즉 극장을 기반으로 했다.

한때 무비패스는 오프라인의 넷플릭스라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만 내면 영화관에서 매일 한 편을 볼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구독자 수가 약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구독경제로 성공한 회사였다. 하지만 무비패스는 2017년 출시 이후 약 3년이 지나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해야만 했다.

무비 패스는 약 300만명이나 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왜 파산한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두 가지 예측 실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가 바로 무비패스가 책정한 구독료다. 사업 런칭 당시 언론에서 보도한 무비패스의 예상 구독료는 약 50달러였다. 하지만 무비패스가 공개한 구독료는 영화 관람 한번 값에 해당하는 9.95달러였다. 이 구독료는 한 달에 구독자가 영화를 두 번만 봐도 무비패스가 적자를 보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구독자가 한 달에 2번 이상만 영화를 봐도 무비패스는 손해를 봐야 했다.

약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무비패스'가 파산한 이유를 두 가지 꼽자면 구독료와 수익 예측의 실패이다. [사진 무비패스 인스타그램]

약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무비패스'가 파산한 이유를 두 가지 꼽자면 구독료와 수익 예측의 실패이다. [사진 무비패스 인스타그램]

왜 무비패스는 이렇게 적은 구독료를 책정한 것일까? 무비패스의 경영진은 헬스장의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염두에 둔 것 같다. 헬스장도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오래된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서비스다. 헬스장의 경우 회원권을 등록하고 매일 운동을 안 가는 경우가 다반사고, 아예 며칠 가다가 운동을 안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헬스장처럼 매일 영화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극장의 특성상 새로운 영화가 매일 개봉하는 것도 아니기에 구독자가 처음에는 영화관을 찾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이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듯 싶다.

두 번째로 구독자가 영화를 여러 번 보더라도 수익을 낼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 듯 싶다. 무비패스 회원의 개인 ID를 통해 연령별·성별·시즌별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 제작사 등 영화 산업 관련 기업에만 팔아도 상당한 수익이 생기리라 예상했다. 기존 제작사는 누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관련 내용을 구매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즉 'ID 경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 했던 것이다.

극장은 화장실을 가기 위한 곳?

하지만 예상과 현실은 달랐다. 우선 헬스장도 매일 가서 운동하는 사람이 있듯이, 영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한 달에 같은 영화를 여러 차례 보는 구독자도 엄연히 존재했다. 요즘엔 ‘n차 관람’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예매하는 사람이다.

일부 구독자는 영화관 주변을 지나다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영화표를 예매했다.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려고 영화관에 들르는 구독자도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영화를 안 보더라도 영화관 입장에 대해 무비패스가 영화관 측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렇게 영화를 보지 않고 극장에 들르는 손님이 상당수 있다 보니 무비패스의 두 번째 수익 모델도 흔들렸다. 소위 말해 영화를 보지 않는 가짜 손님이 있다 보니 무비패스의 고객 선호 조사 데이터 자료를 시장에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ID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비즈니스모델로 적용했지만, 실행 단계에서 생길 여러 리스크에 대해 고민과 대응이 부족했던 케이스다.

'무비패스' 구독자들은 영화를 보지 않고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려고 영화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가짜 손님'과 같이 실행 단계에서 생길 여러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진 pixabay]

'무비패스' 구독자들은 영화를 보지 않고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려고 영화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가짜 손님'과 같이 실행 단계에서 생길 여러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진 pixabay]

무비패스는 저렴한 구독료로 기업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구독료 50% 인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독자의 절반이 구독을 해지하는 부작용만 초래하였다. 결국 무비패스는 구독료 인상 발표를 철회했다. 뒤늦게 무비패스는 구독자가 볼 수 있는 영화의 종류 등을 제한하는 조치 등을 취했지만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영화 시장의 체리피커

구독서비스 시장에서 무비패스와 같은 사례는 많다. 이번에는 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 구독경제, 즉 자영업자의 사례를 알아보자. 2018년 중국 청두시에서 한 '훠궈' 전문 식당이 개업하였다. 훠궈는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 중국식 샤브샤브 요리로서 우리나라에도 전문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개업 프로모션으로 2만원 상당의 구독형 유료 멤버십 카드를 발행했다. 이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면 한 달 동안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식사할 수 있었다. 이 구독서비스로 프로모션은 크게 성공해서 식당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식당은 개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문을 닫아야 했다.

손님들로 문전성시인 식당이 왜 한 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망했을까? 식당 주인의 말에 따르면 “고객은 멤버십에 가입한 후 가족부터 친구까지 돌려가면서 구독서비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아침에 문 열 때 들어와 마감 때까지 먹고 쉬는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이른바 체리피커의 천국이 되었던 것이다. 구독경제가 소유의 종말을 전제로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구독자가 더 많은 이용과 소유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벤트 등에서 기업이 주는 서비스나 혜택만 누리고 상품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케이크 위의 체리만 골라 먹는다고 해 '체리피커'라 한다. [사진 pixabay]

이벤트 등에서 기업이 주는 서비스나 혜택만 누리고 상품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케이크 위의 체리만 골라 먹는다고 해 '체리피커'라 한다. [사진 pixabay]

'체리피커'란 케이크 위에 얹은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실제로 이벤트를 통해 기업이 주는 서비스나 혜택만 누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거나,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앞서 본 무비패스와 훠궈 식당의 일부 구독자가 체리피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구독경제를 통한 고객 유치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체리피커 같은 구독경제의 폐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만약 훠궈 식당의 경우 멤버십 카드에 사진을 넣거나 중국에서 대중화된 QR코드 시스템을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무비패스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볼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예매하고 여러 차례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을 때의 페널티를 약관에 공지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도 ‘오프라인의 넷플릭스’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을지도 모른다.

구독경제 비즈니스모델에는 구독자 확보 말고도 고려할 것이 많다. 우선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현재 상황에서 도입할 수 있는 최선의 구독서비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위의 사례 같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시장조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 단순히 이러면 좋을 것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검색만 해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국내외 유사 구독서비스 제공 사례를 검토하고 시장조사 기관의 컨설팅과 설문자료를 분석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라면 리서치회사가 제공하는 무료 통계자료와 트렌드 정기 보고서를 참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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