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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특허는 4위인데, 영향력은 6위…미래 먹거리 ‘노란불’

중앙일보

입력

SF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는 주인공의 모든 명령을 알아듣고 실행해주는 복합지능형 인공지능 비서다. [사진 영화 아이언맨 캡처]

SF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는 주인공의 모든 명령을 알아듣고 실행해주는 복합지능형 인공지능 비서다. [사진 영화 아이언맨 캡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미국과 양적 격차가 벌어지는 데다 질적으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향후 경제 성장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좌우할 핵심기술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래 먹거리에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학술정보·특허솔루션 전문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와 공동으로 ‘글로벌 AI 혁신 경쟁: 현재와 미래’ 리포트를 25일 발간했다. AI의 국가별 기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구 자료다.

연구진은 최근 10년간 특허 분석을 통해 국가별 AI 기술 혁신의 수준을 분석했다. 세계 AI 특허의 92%(14만7000여건)가 2010~2019년 등록돼 최근 AI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국가별 AI 특허의 양적 성과. 그래픽 신재민 기자

국가별 AI 특허의 양적 성과. 그래픽 신재민 기자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AI 기술은 6317건으로 세계 4위다. 다만 세계 선두권과 격차가 컸다. 중국이 9만1236건으로 가장 많은 AI 특허를 보유했고, 미국(2만4708건)·일본(6754건) 순이었다.

한국의 AI 특허 개수는 중국의 7% 수준이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신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 이 분야에 1500억 달러(약 160조원)를 투자했거나 투자하고 있다. 한국 AI 투자 계획(2조2000억원)의 약 70배에 달한다.

기술 영향력은 미국·캐나다·영국 순

국가별 AI 특허의 질적 성과. 그래픽 신재민 기자

국가별 AI 특허의 질적 성과. 그래픽 신재민 기자

한국은 특허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특허 피인용 수준과 해외출연 여부, 특허 유효기간 등을 기준으로 특허영향력지수(CPI)를 산출했다. 각국의 AI 특허 중 영향력이 상위 10%인 특허의 비율을 가려내, 이를 기준으로 AI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AI 발명 특허가 43%로 상위 10%를 차지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했다. 캐나다(27%)와 영국(13%), 인도(13%), 대만(11%)이 뒤를 이었다.

양적으로 세계 최대 AI 특허 보유국인 중국은 영향력 측면에서는 순위가 뒤로 밀렸다. 미국보다 특허는 3.5배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특허의 질이 낮았다(5%). 중국이 보유한 특허 중 96%가 자국 특허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일본·대만 등의 자국 특허 비율이 60% 수준이다.

한국 AI 특허의 영향력(8%)은 상위 10개국 평균(14%)보다 낮았다. 김진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코리아 자문은 “한국 AI 연구는 양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질적인 성과는 AI 선도 국가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이제는 기술력 기반의 질적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출연연→기업 ‘AI 생태계’가 좌우

최근 10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AI는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중앙포토]

최근 10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AI는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중앙포토]

주목할 국가는 캐나다다. 최근 10년간 전체 AI 특허 건수는 960건이었지만 영향력은 미국에 이어 2위다(27%). 캐나다의 AI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덕분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AI 생태계는 대학→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기업으로 이어진다. 대학은 AI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출연연은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심화한다면, 기업은 기술 상용화를 추구한다. 김진우 자문은 “미국·캐나다는 이 같은 AI 생태계의 3요소가 골고루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 출연연이 획득한 특허 중 상위 10%에 포함되는 특허 비중은 48.5%였다. 미국 기업(44.2%)과 대학(37.1%)에서도 일단 특허를 내면 2~3개 중 1개는 상위 10%에 포함됐다. 반면 중국은 대학(6%)·출연연(5.2%)·기업(3.5%)이 획득한 특허가 모두 전반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장롱 특허’였다.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AI 기술은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특허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AI 기술은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특허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한국의 문제는 대학의 AI 특허 성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2.8%). 출연연(9.5%)·기업(11.8%) 역량은 다른 국가 대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결국 한국이 AI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대학의 AI 연구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각국은 AI 기술 중에서도 강점을 보유한 분야가 다소 달랐다. 독일·영국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로보틱스 관련 기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은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강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인지체계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연구 등의 분야에선 발명 출원이 소규모였다.

김원준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하는 10여 개 국가가 전체 AI 발명(14만7000여 건)의 92%를 독점하고 있다”며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AI 인력의 확충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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