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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득 ‘0.7% 감소’가 ‘0.4% 증가’로…기준 바꿨더니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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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통계청은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전년 대비)을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 수치가 공존한다. 0.4% 증가 또는 0.7% 감소다. 올해 새롭게 1인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결과는 0.4% 증가였다. 반면 기존 방식으로 조사한 참고 자료는 0.7% 감소였다. 통계청이 조사 기준을 변경했더니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바뀐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지난 1분기부터 1인 가구를 포함한 기준으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내기로 했다.

통계청 올해 새로 1인 가구 포함 #1분기 가계소득 지표 반전 만들어 #야당 “통계 개편, 대국민 기만행위”

애초에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조사 항목을 2017년 이후 폐지하기로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소득정보 노출을 꺼리는 고소득자의 참여가 저조했고 ▶다른 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그런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다. 통계청은 조사 대상 표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득 조사를 유지했다.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2018년 1분기 조사에선 소득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의 분배를 나타내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정부와 여당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였다. 이후 여당에선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통계청은 다시 조사 대상 표본과 조사 방식을 바꿨다.

달라진 가계동향조사 기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달라진 가계동향조사 기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교롭게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뒤 각종 소득·분배 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지난해 30%를 넘었다. (조사 방식 개편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분배 개선은 포용정책 강화의 토대 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이 더해진 데에 기인한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의 연속적인 비교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통계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에선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자 통계 기준을 개편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갖고 입맛에 맞게 소득 및 분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이 1·2차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160억원을 투입했지만 통계의 질은 더 나빠졌다”며 “바뀐 통계를 이전과 정확히 비교하지 못하게 한 것은 대국민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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