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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개발 족쇄 풀렸다…방산업체 주가 ‘로켓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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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G넥스원 부스. [연합뉴스]

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G넥스원 부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뒀던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바빠졌다. 그동안 한국은 사거리 800㎞를 초과하는 미사일(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따라왔다. 이제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신사업 호재 #크루즈 특기 LIG넥스원 9.7% 뛰어 #한화·KAI, 우주항공업 확대 기대 #“정부 발주 대비 5분 대기 모드로”

한화는 ‘지대지’(땅에서 쏘아 다른 땅에 떨어뜨림) 탄도미사일에 특화했다. 한화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주도로 그룹 내 우주산업 전담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최근엔 KAIST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화는 이 연구소에 우선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항공엔진 사업을 주로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LIG넥스원은 자체 동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미사일 기술에 특기를 갖고 있다. LIG넥스원은 기존 미사일의 사거리를 증가하는 작업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미사일의 사거리 증가 기술은 군함에서 다른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공격하는 무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상 600~800㎞ 높이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로켓 개발 등 우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26년 개발될 KF-X에 장착될 F414 엔진.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6년 개발될 KF-X에 장착될 F414 엔진.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4일 증시에서 LIG넥스원은 9.75% 뛰어올랐다. 한국항공우주(3.81%)와 한화시스템(3.75%)·한화(2.92%)도 상승세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추가 설명자료에 ‘우주 탐사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한다’는 내용도 있다”며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산업·항공우주 관련주 동반 상승세

방위산업·항공우주 관련주 동반 상승세

다만 방위산업이란 특성을 고려하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렸다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연구·개발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사일 연구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필요다. 국방부 등 정부 발주 없이 기업이 단독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사일 사거리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사업 확대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발주 움직임이 있으면 즉각 시행할 ‘5분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미사일 지침 해제를 합의한 것만으로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데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 등과 외교 관계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정부 안팎에선 미사일 사거리 1000㎞ 정도를 거론한다.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만일 미사일 사거리를 2000㎞로 늘리면 중국 베이징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정부가 미사일 사정거리를 확대하는 목표 수준을 낮게 잡을수록 방산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몫도 작아진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려면 정책 합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사거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1000㎞ 정도로 늘리는 연구는 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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