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G넥스원 부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5/da5358c8-2425-4386-b5d9-81cb07af8127.jpg)
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G넥스원 부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뒀던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바빠졌다. 그동안 한국은 사거리 800㎞를 초과하는 미사일(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따라왔다. 이제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신사업 호재 #크루즈 특기 LIG넥스원 9.7% 뛰어 #한화·KAI, 우주항공업 확대 기대 #“정부 발주 대비 5분 대기 모드로”
한화는 ‘지대지’(땅에서 쏘아 다른 땅에 떨어뜨림) 탄도미사일에 특화했다. 한화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주도로 그룹 내 우주산업 전담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최근엔 KAIST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화는 이 연구소에 우선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항공엔진 사업을 주로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LIG넥스원은 자체 동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미사일 기술에 특기를 갖고 있다. LIG넥스원은 기존 미사일의 사거리를 증가하는 작업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미사일의 사거리 증가 기술은 군함에서 다른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공격하는 무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상 600~800㎞ 높이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로켓 개발 등 우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26년 개발될 KF-X에 장착될 F414 엔진.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5/dfba938d-61b7-4d47-b546-402a7f7aedd9.jpg)
2026년 개발될 KF-X에 장착될 F414 엔진.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4일 증시에서 LIG넥스원은 9.75% 뛰어올랐다. 한국항공우주(3.81%)와 한화시스템(3.75%)·한화(2.92%)도 상승세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추가 설명자료에 ‘우주 탐사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한다’는 내용도 있다”며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산업·항공우주 관련주 동반 상승세
다만 방위산업이란 특성을 고려하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렸다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연구·개발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사일 연구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필요다. 국방부 등 정부 발주 없이 기업이 단독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사일 사거리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사업 확대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발주 움직임이 있으면 즉각 시행할 ‘5분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미사일 지침 해제를 합의한 것만으로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데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 등과 외교 관계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정부 안팎에선 미사일 사거리 1000㎞ 정도를 거론한다.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만일 미사일 사거리를 2000㎞로 늘리면 중국 베이징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정부가 미사일 사정거리를 확대하는 목표 수준을 낮게 잡을수록 방산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몫도 작아진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려면 정책 합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사거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1000㎞ 정도로 늘리는 연구는 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