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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거래소 중국인 투자 막자, 암호화폐 가격 또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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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암호화폐 결제와 거래·투자를 금지하며 지난주 암호화폐 시장의 ‘검은 수요일’을 불러온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火幣網)는 중국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했다. 중국인 투자자는2020년 6월 기준 전 세계의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 비중의 90%를 차지했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 계속 #결제·거래·투자 이어 채굴도 금지 #차이나리스크로 비트코인 반토막 #테슬라 2분기 실적에도 먹구름

암호화폐 시가총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암호화폐 시가총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25분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6428달러에서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는 0.7% 올랐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20% 하락했다.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이날 오전 한때 1700달러 선까지 내렸다. 이후 반등해 2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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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이날 1면 사설에서 “금융당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정식 도입에 양호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암호화폐 불법 채굴과 거래 활동을 타격하는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암호화폐를 불법 거래하는 사람과 기관은 반드시 처벌하고 각 지방의 비트코인 채굴장은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당국이 관영 매체의 입을 빌려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 목적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안정적 도입이란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중국은행업협회 등은 지난 18일 “금융기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며 암호화폐 거래와 투자를 금지했다. 이날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30~40% 급락했다. 지난 21일엔 류허 중국 부총리가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행위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비트코인 채굴 업체 BTC톱의 장줘얼(江卓爾)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본토 이용자의 채굴과 거래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암호화폐 채굴업체 해쉬카우는 “새로운 비트코인 채굴 장비 구매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중국 내에선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7년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접속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바이낸스와 후오비 등)는 본사를 해외로 옮긴 뒤 중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세계 암호화폐 거래 77%, 中거래소 3곳이 장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암호화폐 거래 77%, 中거래소 3곳이 장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장조사업체 BDC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약 77%가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후오비·바이낸스·OKEx)에서 이뤄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 조사에선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의 65%가 중국에서 채굴됐다. 미국 CNN방송은 “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 투자자들이 걱정하기에 충분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 베런스는 비트코인 값이 급락하자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에서 평가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8일 비트코인 15억 달러어치를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매입 평균 단가를 공개하진 않았다. 시장에선 지난 1분기 말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4만2000개 정도로 추산한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 평가액은 한때 25억 달러에 달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매입했던 비트코인 중 10%를 2억2700만 달러에 매각했다. 1억1000만 달러의 차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올해 2분기 테슬라 실적에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1억2500만 달러가량을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홍지유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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