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진 예고편…‘코로나 3고’ 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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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직장인 최모(41)씨는 요즘 주유소를 갈 때마다 휘발유 가격에 놀란다. 최씨가 자주 가는 주유소에선 휘발유 가격이 L당 1600원대로 뛰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L당 1200원대였던 기억이 있는데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너무 빨리 오른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 15개월 만에 최고
장바구니 물가, 대출금리도 상승
환율, 수출엔 호재지만 양날의 칼
미국 금리 인상 땐 여파 더 클 듯

신모(39)씨는 두 달 뒤 이사를 앞두고 은행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알아봤다. 신씨는 “최저 금리 연 2%대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를 넘었더라”며 “이자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물가와 금리, 달러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3고’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4일 오후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546.46원이었다. 지난해 2월 13일(1547.53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서울에선 평균 휘발유 가격(1629.69원)이 이미 1600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시장에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결국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뛰어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전년 동월 대비)였다. 월간 통계이긴 하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연 2%)를 웃돌았다.

이달에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5.6%(전년 동월 대비) 올랐다. 당분간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분기점을 맞았다는 사실이 분명해 보인다”며 “일시적이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동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이 돈이 경기 회복과 맞물려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고물가에 놀란 주요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는 시점을 고민 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째 기준금리를 연 0.5%로 묶어놨다. 하지만 기준금리와 별도로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 기류에 올라탔다. 물가와 시장금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11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4일과 비교하면 0.162%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국고채 3년물 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경제 다시 덮친 코로나 3고_국고채 3년물 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환시장에선 달러가치 상승, 원화가치 하락이 나타났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27.1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지난 1월 4일과 비교하면 달러당 45원 하락(달러가치는 상승)했다. 달러가치 상승은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올라가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만일 달러가치 상승, 원화가치 하락 움직임이 급격하게 나타나면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돈을 빼는 신호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대 중후반, 한국금융연구원은 4%대 초반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에 16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는 시각이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여파가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미국·유럽연합(EU) 등이 당장 (통화정책 긴축에) 나서지 않고 상당 기간 긴 호흡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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