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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방관, 먹튀 업체…암호화폐거래소, P2P 업체 줄폐쇄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30세대 투자자들에게 오는 8~9월은 힘든 시기가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30투자자의 비중이 큰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ㆍ개인 간 거래) 업체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무더기 폐쇄 가능성이 대두하면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지 못해서, P2P 업체는 금융당국의 등록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올해 1분기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의 63.5%(158만4814명)가 2030세대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4천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4천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말부터 은행과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할 수 없다. 현재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은 곳은 빗썸ㆍ업비트ㆍ코빗ㆍ코인원 등 4곳뿐이다. 이들 4곳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신규 제휴를 맺어야 한다.

하지만 KB국민ㆍ하나ㆍ우리은행은 실명 확인 계좌를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한ㆍ농협은행 등도 신규로 제휴를 맺는데 소극적인 상황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애가 탄다.

P2P 업체는 금융당국의 등록 절차가 늦어지며 곤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에 따라 오는 8월26일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 등록을 못 한 업체는 신규 영업은 금지된다. 지난해 말부터 등록절차를 시작했지만 아직 등록된 곳은 한 곳도 없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9월 말 거래소 무더기 폐쇄라는 사회적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절반이 203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절반이 203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금융당국의 방관 속 이들 업체가 무더기 폐쇄될 경우 발생할 투자자 피해다. 금융당국은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와 P2P업체에 투자할 경우 업체의 폐쇄 등을 대비하라는 투자 유의 사항을 알리고 있다.

암호화폐와 P2P 업체는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P2P 업체들의 대출 잔액은 2017년 말 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605억원까지 불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의 24시간 거래액도 24일 오후 5시 기준 22조원으로, 이날 코스피 거래액(1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두 곳 모두 제도화 필요성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지만 그 속도는 더뎠다. P2P 업체의 경우 2015년부터 제도화가 논의됐지만, 관련 입법이 완료된 건 2019년 10월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분 2017년부터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쪼그라드는 P2P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쪼그라드는 P2P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규제의 공백을 노린 각종 범죄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달 초 경찰은 고수익을 약속하며 회원 4만 명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 수색을 했다. 해당 거래소는 "가상자산에 투자해 수개월 안에 3배의 수익을 보장하겠다" 등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했다. 실제 이런 식으로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ㆍ다단계 범죄의 검거 건수는 2018년 61건에서 지난해 218건으로 늘었다.

박성준 센터장은 “그동안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방관해 오다 보니 불량 업체들이 난립하며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P2P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P2P 업체인 팝펀딩에서는 지난해 1~5월 1000억원대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핵심관계자 3명이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 한 혐의로 구속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P2P 업체의 경우 일부 불량 업체들의 난립하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건전한 영업을 해온 곳들도 투자금 유치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금융당국의 높아진 문턱도 암호화폐 거래소와 P2P 줄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보니 신규 사업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은행들이 요구 등이 까다로워 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2P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은 위원장이 '혁신사례'로 평가했던 P2P 업체인 팝펍딩의 폐업으로 기류가 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온투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P2P 산업 육성과 법제화에 앞장섰지만 관심이 많이 떨어진 모양새”라며 “팝펀딩 사태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의 사각지대 속 난립했던 업체의 줄폐업 사태가 옥석 가리기를 위해 겪어야 할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업계에 부실 업체가 난립했던 만큼 이런 규제를 통해 솎아내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암호화폐의 경우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관리체계가 구축된 곳이 없는 만큼 한국이 특별히 늦었다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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