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이대남’ 마음 보수로 돌려놓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17:54

업데이트 2021.05.25 09:47

“국민의힘, 취업시장 불공정 공략해야, 민노총에 포위된 586 민주당은 철밥통”

호남의 지지 얻는 ‘보수의 노무현’ 지향… “당권 혹은 대권 도전 준비하겠다”

“민노총에 포위된 586 민주당은 철밥통...‘보수의 노무현’ 되겠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30 유권자와 보수 정당을 결합하는 구상을 현실화했다. 5월 11일 의원실에서 만난 하 의원은 얼굴에 알레르기 증세가 있어서 마스크를 쓴 채 촬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30 유권자와 보수 정당을 결합하는 구상을 현실화했다. 5월 11일 의원실에서 만난 하 의원은 얼굴에 알레르기 증세가 있어서 마스크를 쓴 채 촬영했다.

4·7 보궐선거는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꿨다. 단순히 보수 진영이 연패를 끊었다는 결과를 뛰어넘는 파급력을 안겨줬다. ‘청년·여성·중장년층의 진보 지지 vs 노년층 보수 지지’로 나눠진 보수 필패 프레임을 깨뜨린 것이다. 4·7 선거를 통해 2030세대(주로 남성)는 강력한 민주당 비토 세력으로 전향하며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다. ‘2030세대와 50대 이상 세대 보수 지지 vs 40대 진보 지지’ 구조로 판세가 바뀌자 역으로 민주당이 고립됐고, 참패를 면치 못했다.

탄핵 이후 활로를 못 찾던 국민의힘은 2030세대에서 블루오션 지지층을 창출해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LH 사태’ 등으로 민주당이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국민의힘을 찍나?’라는 2030세대의 생래적 거부감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극적인 변화다. 대반전 시나리오의 설계자 중 한 명으로 정치권에서는 하태경(53) 국민의힘 의원을 꼽는다. 실제 온라인 ‘남초(남자가 많은) 커뮤니티’를 가보면, 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마음을 잡았다는 체감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이 정치에서 소외됐던 20대의 결핍감을 해독한 결과다.

5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 의원과 만났다. 지금까지 그와 세 차례 인터뷰했다. 만날 때마다 테마가 달랐다. “정치가는 국민보다 딱 반 발자국만 앞서가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올랐다. 노동, 북한 그리고 청년 등 하 의원은 늘 이슈 파이터로서 입지를 선점했다. 과거의 ‘민주투사’는 북한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민운동가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이라는 현실 정치가로서 원숙해지고 있었다.

2030과 6070이 결합해 586 응징

2021년 1월 19일 하태경(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알페스 관련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2021년 1월 19일 하태경(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알페스 관련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4·7 보궐선거 이후 ‘하태경 모델’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30에게 어필하는 보수 정당은 이제껏 한국 정치에서 없었던 현상이다.

“바른정당 시절 아무리 해도 지지율이 안 올라갔다. 처음에는 ‘우리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개혁적인 보수로 가면 기존 보수 지지층이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오더라. ‘그러면 활로가 무엇이냐’를 두고 이준석 최고위원이랑 대화를 많이 했다. 2030세대는 기존의 민주당 촛불 지지층과 결이 다르다. ‘세대 간 모순’이라는 강력한 대립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2030세대에게 자유한국당은 6070 꼰대정당이고, 민주당은 586 꼰대정당이다. ‘이 계층을 우리가 살펴야겠다’고 생각하고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챙겼다.”

이념적 중도가 아니라 실리에 민감한 2030에 집중한 전략이 적중했다.

“그게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합당한 결정적 계기였다. 기존의 보수 정당을 2030 마인드가 주도하는 정당으로 완전히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 결실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다. 우리 실험이 맞았다.”

2030세대의 특징은 이해관계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정이 시대정신이 됐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계급·민족 등이 이념과 맞물려서 시대모순을 낳았다. 지금의 주된 시대 모순은 세대다. 세대가 계급이 된 것이다. 노동계급은 이제 양분화돼서 기존 (귀족)노동자층과 자본가층이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밑에 2030 구직층이 거대한 약자층으로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회의 문이 굉장히 줄어들었다. 기회의 문이 줄어들면 과정의 공정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불공정하게 자리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과거보다는 관대할 수 없는 거다.”

그러면 세대에 따라 지지 정당이 갈릴 수 있겠다.

“한국 사회 구조에서는 2030세대 전체가 정치세력화할 수 있다. 2030세대와 제1전선에서 대립할 세대는 586이다. 586은 경제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철밥통이다. 586세대는(586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민주당일 수 있다. 6070세대는 손자뻘 되는 2030과 연대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이라는 올드 보수와 통합하는 것이 2030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서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세대 갈등의 핵심은 일자리 문제다. 결국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노동경직성 문제로 연결된다.

“청년들에게는 민노총이 가장 큰 투쟁 대상이다.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공고한 성벽 안에 있고, 없는 사람은 성 밖 추운 데서 생고생한다. 그 둘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경직성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가 2030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2030 안에서도 남녀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젠더 문제의 큰 원인은 군대 때문이다. 세대 문제에서 파생되는 부수적인 문제다. 이걸 주된 전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대녀(20대 여성)’도 똑같은 희생자들이다. 기존 586세대 앞에서 둘의 연대가 중요하다. 세대 간 대립이 1차적이고, 그 안에서 세대 내 경쟁이 있는 것이다. 세대 내 경쟁은 세대 간 경쟁에서 더 많은 파이를 가지게 되면 모순이 약화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명확하게 2030세대가 인식을 못해서 안타까움이 있다. 내가 그 역할을 많이 해야 한다.”

“극단적 페미와 선 그어야 젠더 갈등 완화”

2021년 4월 9일 보궐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곧 사그라졌다. / 사진:연합뉴스

2021년 4월 9일 보궐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곧 사그라졌다. /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교수와 이준석 위원의 온라인 페미니즘 논쟁이 치열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둘 다 고집이 세가지고…. 진중권 교수와 이야기 해봤는데 젠더 문제에 있어선 좀 차이가 있지만 세대 문제에 있어선 나와 차이가 없다. 젠더 문제를 나는 부차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지만, 적극적인 이대남·이대녀들한텐 크다. ‘젠더 대립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크게 작용했느냐’, 이걸로 싸움이 붙었다. 진 교수는 ‘선거에 별 효과가 없었다’고 보고, 이 최고위원은 ‘크게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젊은 여성층에서도 하 의원에게 제보를 많이 하나?

“남성들이 더 많이 들어오지만 여성들도 다양하다. 그전에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은 여성들이 많이 반응했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 불공정 채용 의혹)’ 같은 건 젠더 문제가 아니라 대표적 세대 문제다. 여성 커뮤니티들에서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쪽 여론은 살펴본다.”

2030 젠더 갈등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현 정부와 2030세대의) 마인드가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약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고, 지금 2030은 남녀 할 것 없이 불공정한 거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일자리시장에서의 불공정, 이걸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일자리 문을 젊은 층한테 열어주는 것이 우리 당이 주력해야 할 이슈가 아닌가 한다.”

젠더 갈등이 심해질수록 득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있다.

“여성들도 워마드 같은 극단적 페미를 보는 관점은 좀 다른 것 같다. 여성단체들이 극단적 페미와 선을 그으면 이대남·이대녀 젠더 갈등도 완화될 것이다. 여성단체들에도 권하고 싶다. 여성가족부에 워마드 문제에 대해서 질의했는데 명확하게 선을 안 긋는다. 여가부도 그렇고 기존 여성단체들이 그런 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소극적이다. 이런 것들이 젠더 갈등을 부추긴 면도 있다.”

‘요즘것들연구소(이하 요연)’ 소장을 맡고 있다.

“2030과 개인적으로 국회에서 나 혼자 소통하는 방식을 벗어나 집단적으로 같이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주로 이슈 파이팅이다. 물론 정책, 법안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요연에서 처음 다뤘던 이슈가 인국공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정치 조직이니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특혜를 겨냥해 ‘우리 아들 휴가 차별 성토대회’를 열었다. 마침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젊은 층의 표를 많이 가져가면서 관심을 얻고 있다.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할 거다.”

카카오톡 채널 ‘하태핫태 하태경’에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하루에도 작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가 온다. ‘군인이 코로나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큰 도움이 된다. 인력 제한이 있어서 다 챙기지 못하지만 중요하고, 빈도가 높은 것들을 집중적으로 본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관련 입법도 한다. 그런 활동을 3~4년 이상 계속해 왔다.”

민주당이 2030 품기 힘든 구조적 이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위상이 올라갈수록 통합과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위상이 올라갈수록 통합과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담화를 했다. 하 의원은 “코로나19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청년들을 더 좌절시키고 있다”고 말했는데….

“민주당이 청년들의 기회의 문을 계속 좁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소득주도성장, 청년 일자리만 줄어든다. 알바만 더 힘들어진다 했는데 실제 그렇게 됐다. 시장경제 원리에 대해서는 바보인 거다.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는 그대로 있고 임금만 올라간다’는 생각은 경제학 원리를 떠나서 그냥 상식적인 생각을 못하는 거다.”

그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분수효과’라고 표현한다.

“그걸 굉장히 신봉하고 역설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 기본 교양이 안 돼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계속 청년들 염장만 질렀고, 희망을 다 가져갔다. 거기다 부동산 문제, 일자리 가져서 내 집 마련하고 결혼해서 애들 잘 키우는 게 젊은 사람들의 목표인데…. (젊은 층이) 남녀 상관없이 반정부 세력이 안 될 수가 없는 거다. 여기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이 정권이 또 돼서는 안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궐선거 때 나온 셈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2030세대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상,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할 것 같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어떤 힌트를 줄 수 있을까?

“보궐선거 끝나고 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 있었다. 병이 있으면 근본적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면 (민주당은) 정당 자체의 정체성을 부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기본 근간이 586 정당이다. 586세대와 2030세대 사이에 근본적 대립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자기 밥그릇을 내려놔야 한다. 민주당에서 노동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의 가장 큰 지지층이 민노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 내부 분열이 시작될 거다. 586을 핵심 기반으로 삼는 정당에서는 구조적으로 어렵지만,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 우리 당은 기존의 6070과 2030 사이에 주된 대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2030세대에게 ‘제대로 못 배워서 저런다’는 식으로 표현해 역풍을 자초했다.

“한두 번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그랬다. 선민의식 때문에 2030이 안 따라오면 (자기들이 아니라 2030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한다. ‘왜 예수님 안 믿느냐’는 것과 비슷하게 종교화해버렸다.

보수 정당이 그 틈새를 포착해서 공략한 게 이른바 ‘하태경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게 바른정당 때 18세 투표권 논쟁이 있었다. 나는 그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노력하면 우리가 그 지지층을 가져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때 바른정당은 거부했다. ‘2030과 그 아래 세대는 우리 표가 아니’라고 두려워한 것이다. 이후 지지율이 폭락했고, 바른정당이 내리막길로 가게 된 시작이었다. (2030세대가) 고정 지지층은 아니지만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서 우리당과 같이 갈 수 있는 지지층이 됐음을 보여준 것이 (4·7 보궐선거의) 큰 성과다.”

의원실 앞에 ‘호남 동행’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더라.

“호남, 특히 광주 5·18 문제에 대해선 당 눈치 안 보고 강력하게 얘기해왔다. 예를 들어서 박근혜 정부 때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안 된다’, ‘5·18 기념곡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문제에 대해 내가 강하게 싸웠다. 특히 전라도 전체를 ‘빨갱이 지역’이라고 매도하는 인식이 아직도 조금씩 존재한다. 내가 부산 지역구 의원이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싸웠다. 내가 보기에 호남 지역에서 우리 당은 일부러(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나을 지경이라는 의미) 표를 잃고 있다. 굉장히 개탄스럽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그런 인식에서 나와 생각이 같았다. 우리 당이 더 강하게 호남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노무현 정신은 이제 보수의 모토”

5월 9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같이 봉하마을에 가서 “보수의 노무현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다시 노 대통령 얘기를 하는 건 그의 시대정신이 공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 586 정권(문재인 정부 지칭)이 들어온 건 시대의 아이러니다.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게 2030의 가장 큰 시대정신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보수의 모토가 된 거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번 상기시킨 거다.”

통합을 부각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텐데.

“보수 내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장점을 높게 평가하면 진보 내에서도 과거 보수 출신 대통령에 대해서 긍정 평가가 왜 없겠나. 우리나라가 행운인 게 다른 제3세계 나라와 비교하면, 이 정도로 민주주의나 경제발전이 다 같이 온 건 그만큼 역대 대통령들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김일성처럼 사회주의 안 가고 미국하고 동맹해서 자본주의로 가게 된 선택은 아주 잘한 거 아닌가. 사회주의로 갔으면 우리도 북한처럼 고생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인권 문제는 있지만 경제 발전을 급속하게 시켜놨다. 다른 제3세계 대통령이었으면 나는 대학도 못 갔을 거다. 박 대통령이 산업화를 했기 때문에 누구나 대학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굉장히 고맙다.”

그토록 저항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제 바뀐 부분이 있나?

“전두환 대통령도 고맙다. 돈 없는 집안에 태어나서 과외 안 해도 학교 공부만 가지고도 좋은 대학 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개인 인생사를 보면 역대 대통령한테 빚을 지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도 고마운 게, 다른 나라는 반정부시위에서 죽은 사람 많다. 지금 미얀마를 보면 시민을 학살한다. 우리도 광주 경험이 있지만 전국적인 시민 학살은 없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 학생운동을 했었는데 징역 2년밖에 안 살았다. 중국이나 이런 데였으면 10~20년 징역 가고 해외망명 가야 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관대하게 역사를 볼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면 ‘왜 나는 감옥에 갔나’ 원망할 수도 있다. 우리 역사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통합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부산시 싱크탱크인 미래혁신기획위원회 위원장 임기를 마쳤다. 소회는?

“대한민국 국민 수준이 세계 일류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능력도 1등이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것도 1등이다. 문재인 대통령 4년 동안 이게 좀 정체됐다. 586 시대정신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것을 몰랐다고 본다. 2030 중심의 시대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면 중국 종속이 심화할 수 있다. (문 정부는 민간의) 상상력을 제약했다. 예를 들어 코인 같은 경우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인데 막으려고 하다가 결국 부작용만 더 커졌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으로 가려면 부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도 당연히 가야 하고, 선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미래혁신위 활동을 했고 많이 배웠다.”

국민의힘 소장파와 중진들 사이에 홍준표 의원 복당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초·재선은 부정적이고 다선 의원들은 긍정적이다. 이렇게 이견이 큰 사안은 유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권성동·김태호 의원 복당 땐 이견이 없었다. (홍 의원 복당은) 당장은 힘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굉장히 언짢겠지만 홍 의원이 지혜를 잘 발휘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윤 총장이 호남 지지율 꺾일 선택을 하겠느냐”며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윤석열은 아직 정치 무대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다음에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이 윤 총장을 영입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나?

“바꿔야 한다. 민주당만 해도 소위 친문 당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후보들이) 그들 좋아하는 얘기만 하면 다수 국민은 싫어한다. 그러면 민주당은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더 고립된다. 우리 당도 똑같을 수 있다. 우리 당원의 80%가 50대 이상, 영남 당원이 60% 이상이다. 적극적인 당원 중 상당수는 60대 이상, 강성 보수다. 그분들의 표를 받아야 하니까 전당대회 동안 ‘올드 보수’ 얘기들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꽤 크다. 전당대회 한 달 하면서 당 지지율은 많이 떨어져 있을 거다.”

“북한을 실체로 인정해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룰 변경이 대선후보 흥행과 어떻게 연결되나?

“제일 좋은 건 일반 여론조사 100%로 가는 거다. 그래야 당권 주자들이 국민한테 듣기 좋은 얘길 할 거 아닌가. 그러면 전당대회 과정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올라간다. 당내 분위기를 보면 당원투표 70%:일반 여론조사 30%를 그래도 고수하려는 흐름이 있다. (일반 여론조사 100%로 당대표를 뽑아야) 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그 시너지 효과로 윤석열도 들어올 수 있다. 당원투표 비중이 높은 건 정권 교체 필패의 룰이다.”

하 의원은 “당권이든 대권이든 둘 중 하나는 도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우리 당은 대안, 시대정신 이런 부분이 약하다. 청와대를 반대하고 견제하는 데 주안점이 있고, 정권교체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에 관한 비전이나 정책이 정리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감당 가능하겠는지를 놓고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하 의원의 정치 출발점은 북한민주화운동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했나?

“전에는 인권 운동가로서 북한을 바라봤다. 인권이란 관점에서 보면 용서하기 힘든 정권이다. 이제는 인권 운동가가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인이다. 북한을 하나의 실체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다.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북한을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북한을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하에서 핵보다도 인권 문제가 더 큰 장애 요인이 될 수가 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체제를 바꾸라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정치범 수용소를 현대적인 감옥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런 변화를 주는 게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전에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게 인권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인권 운동가로서 얘기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정권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접근이 달라졌다. 북한 정치인들을 만나더라도 ‘김정은 체제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게 좋다. 미국과 수교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 북한 인권도, 남북도 상생하는 접근을 하려고 한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남화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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