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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래 90% 장악한 中 "암호화폐 정리" 소식에 가격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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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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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중국이 뒤흔드는 암호화폐 시장이다. 암호화폐 결제와 거래·투자를 금지하며 시장의 '검은 수요일'을 불러온 '차이나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채굴까지 금지한 데 이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디지털 위안화의 안정적 출시를 위해 암호화폐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의 서슬 퍼런 기세에 업체도 납작 엎드리고 있다.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Huobi·火幣網)는 중국인 거래를 차단했다.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90%를 차지했었던 중국이 규제에 묶이면 암호화폐 시장의 잔치도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잇따른 중국발 악재에 시장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2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 64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0.7% 올랐지만,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약 20% 하락했다. 최고점이었던 4월 중순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도 이날 오전 개당 17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가 소폭 상승해 2000달러를 겨우 회복했다.

중국 매체 "디지털 위안화 위해 암호화폐 타격"

중국 경제일간 경제참고보는 24일 사설에서 “ 디지털 위안화 공식출시에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 경제참고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 경제일간 경제참고보는 24일 사설에서 “ 디지털 위안화 공식출시에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 경제참고보 홈페이지 캡처]

암호화폐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중국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금융당국과 정부에 이어 관영 매체까지 무대에 올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24일자 1면 사설을 통해 “금융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에 더욱 양호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암호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암호화폐를 불법 거래하는 사람 및 기관은 반드시 처벌하고 각 지방의 비트코인 채굴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추진하는 중국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을 고사(枯死)시킨 뒤 그 자리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관영 언론의 입을 빌려 암호화폐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한 목적이 CBDC의 안정적 도입에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 카운터에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올려져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 카운터에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올려져 있다.[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18일 중국은행업협회 등은 “금융기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며 암호화폐 관련된 거래와 투자를 금지했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30~40% 급락했다. 뒤이어 지난 21일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행위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며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였다.

중국 정부의 강경 모드에 이어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하는 건 몸을 낮춘 중국계 암호화폐 업체다. 중국 매체 제몐(界面)에 따르면 세계 2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는 지난 23일 밤 중국 SNS 위챗에 “중국 감독 정책 강화에 따라 중국 본토 이용자의 선물 계약, 기타 레버리지 투자 상품 거래와 가상자산 채굴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중국 당국의 정책 집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계 비트코인 채굴 업체 BTC톱의 장줘얼(江卓爾)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중국 본토 이용자의 채굴 및 거래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채굴업체 해쉬카우도 “새로운 비트코인 채굴 장비 구매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온 배경엔 중국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원칙적으로 중국 내에선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7년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접속도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후오비 등은 본사를 해외로 옮긴 뒤 중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中,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 90%

지난 2014년 홍콩의 한 가게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014년 홍콩의 한 가게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AFP=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0년 6월 기준 전 세계의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의 약 90%가 중국인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BDC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약 77%가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바이낸스·OKEx에서 이뤄졌다. 채굴도 마찬가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 조사에선 지난해 4월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 65%가 중국에서 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로 중국인의 암호화폐 투자에는 당분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CNN은 “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걱정하기에 충분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암호화폐 거래 77%, 中거래소 3곳이 장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암호화폐 거래 77%, 中거래소 3곳이 장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중국 정부의 규제가 장기적으로 시장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IT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는 트위터에 “중국 정부의 단속은 비트코인 채굴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 문제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뜻”이라며 “중국발 불확실성을 줄이고 암호화폐 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를 이루면 가치는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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