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2기 시범사업 및 조례 개정, 종로구 주민자치사태 논란 확산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15:53

서울 종로구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 입법 예고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민자치의 주체인 주민자치회에 일체의 설명이나 동의도 얻지 않았으며, 내용도 주민자치 개선보다 개악에 가까운 조항이 포함된 상태다. 구는 앞서 4월 7일에는 ‘2021년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주민자치회의 경험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독단적인 시행을 예고해 논란의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종로구 주민자치사태가 서울시 주민자치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서울시 주민자치회, 종로구 주민자치협의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등을 주축으로 한 종로구 주민자치사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결성되어 21일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청원서를 전달했다.

청원서에서 대책위는 “종로구는 제1기 주민자치회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조사·분석·평가해 주민과 공유하고, 주민의 집단지성으로 성공적인 제2기 주민자치회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외면한데 이어 주민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공개평가마저 거치지 않은 전형적인 행정독재이자 주민관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2021년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주민자치회의 당사자인 주민이 아니라 △구 자치행정과 △마을자치지원센터 △동 주민센터 △동 자치지원관 등 공무원과 시민운동가를 위주로 한 것으로 주민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무시했다”고 지적하며 “마을자치지원센터는 주민자치회의 상전이 되었고, 주민자치지원관도 종로구에서 임의로 배치한 사람으로 역시 주민자치회의 상전이 되어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중간지원조직인 마을자치지원센터를 폐지하고 종로구 주민자치협의회를 지원할 것과 동 자치지원관 역시 폐지하고 동 주민자치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주민자치회를 배제한 종로구의 독단적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청에 올라온 주민자치 관련 민원 게시물.

[이미지] 주민자치회를 배제한 종로구의 독단적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청에 올라온 주민자치 관련 민원 게시물.

종로구 주민자치사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킨 ‘서울특별시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날 선 지적에 나섰다.

대책위는 “주민자치회 조례는 주민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며, 잘못된 조례는 주민자치를 저해하고 잘된 조례는 주민의 자치의식에 동기부여를 제고시킨다. 따라서 조례 제정과 개정은 매우 중요하고 자치의 당사자인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이 주민자치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며 “종로구에서 발의한 조례는 제1기 주민자치회에게 조차 설명하지 않고 동의도 얻지 않았으며, 내용도 주민자치의 개선보다 개악이 더 많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문제가 되는 조항을 밝히며 “발의된 조례는 취하하고 주민자치 당사자인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숙의해 발의할 것”을 요청했다.

대책위가 분석한 종로구 주민자치 개정 조례 중 문제 조항을 살펴보면 ①주민자치회 위원 구성을 기존 25~50명 이내에서 35명 이하로 개정 ②위원선정관리위원회 구성을 기존 7명에서 5명 이내로 축소하며 동장이 주민자치회 위원 중 2명을 추천해 선정하던 것을 동장 추천 2명으로 변경하고, 관내 주민 지원자 2명은 아예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 ③주민자치회 위원 자격을 구청 주민자치교육 이수자로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 ④당연직 고문 위촉을 해당 지역 구의원으로 개정하려는 것 등이다.

이는 각각 ①정원 축소를 통해 주민자치회 위원을 시민 또는 관변단체 관계자 위주로 구성하려는 점 ②주민자치회 위원 중 선정위원을 위촉하는 게 아니라 동장의 임의 추천으로 선정해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점 ③주민자치교육을 구청에서 총괄해 위원 선정에 일방적 권한을 행사하려는 점 ④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하려는 점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이 가진 잠재적 자치능력이 마을을 위해 이타적으로 발현되도록 이끄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에 자율적 권한을 부여하고 합당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종로구는 주민자치의 주체인 주민과 이를 대표하는 주민자치회는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조례 개정에서도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위원 선정, 위촉에 있어 시민 및 관변단체로 치우친 관치를 지향하고 있다. 결국, 주민자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고 나아가 주민독재를 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백일기 대책위 사무총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의 마음과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주민 모두가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종로구의 주민을 배제한 행보는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과 주민자치회의 의견이 빠진 시범사업 실시, 주민자치 현장의 현실성이 결여된 조례 개정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역시 “이번 종로구 사태는 명백한 관치이며, 시민단체를 위장한 관변단체가 주민자치에 편승할 수 있게 해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나 다름없다. 주민자치의 본질이자 주체인 주민을 제쳐버린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실시, 조례 개정안 입법 예고 등 종로구와 김영종 구청장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를 계속 주시하며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이번 종로구 주민자치사태와 관련해 종로구의회와 협의해 토론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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