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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만 먼저 내"…Z세대 정조준한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의 공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를 리뷰합니다. 〈편집자주〉 

분할 결제 플랫폼 #소비의미학

사회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 이들의 소비 트렌드에서 ‘BNPL'(Buy Now, Pay Later)을 빼놓을 수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가 된 BNPL은 쉽게 말해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다. 무이자나 수수료로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와 다를 게 없다고? 까다롭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가히 혁명적이다. 스웨덴엔 '클라르나'가, 호주엔 '애프터페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소비의미학’이 있다. Z세대의 소비 행태를 정조준하고 있는 이들의 미학은 무엇일까. 

신용카드 없이 신용카드의 할부 서비스를!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소비의미학'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프리랜서·크리에이터 등 Z세대 소비층을 위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포토]

신용카드 없이 신용카드의 할부 서비스를!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소비의미학'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프리랜서·크리에이터 등 Z세대 소비층을 위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포토]

‘소비의미학’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BNPL(선구매 후결제) 개념을 적용한 결제 대행 서비스입니다. 정의하면 ‘국내 최초 분할 결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20년 정식 론칭했고,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갚을 능력이 충분한 사람을 메인 타깃층으로 하고 있어요. 구매 시점에는 충분한 자금이 없더라도 갚을 여력만 된다면 대신 구매해줍니다. 신용카드 없어도 할부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죠. 웹으로만 이용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이용자가 약 7000명 정도로 많지는 않아요.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저는 BNPL 서비스가 유연한 소비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해외에서는 BNPL 서비스가 보편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의미학이 최초로 선보이는 것으로 아직 초기 단계예요. ‘할부’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저는 ‘빚' '과소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대개 어릴 때부터 저축으로 돈을 모아 물건을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우잖아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사서 이용하는 게 이득인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취업을 위해 꼭 들어야 하는 강의나 작업을 위한 태블릿 같은 것들이요. 소비의 미학은 신용카드 없이도 소비를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줘요. 상당히 매력적이죠.

BNPL의 개념을 조금만 더 설명해줄래요. 

'계획 있는 할부 생활'을 하게 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신용카드는 카드만 있으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반면 BNPL은 물건을 살 때마다 사이트에 신청하고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요. 결제를 신청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해요. 소비의미학의 경우 할부는 2개월만 가능하고 후불로 지불하는 최대 금액도 2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요.
해외에서는 BNPL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요. 구매자가 결제 일자와 월별 얼마씩 지불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신용카드와 달리 BNPL에서는 첫 결제일도 미룰 수 있어요. 다시 말해 구매 시점에 0원으로 물품을 사는 거죠.

소비의미학 결제 과정. 구매처와 가격이 나온 상품의 온라인몰 페이지를 캡처해서 소비의미학 웹사이트에 올린 후 지금 총액의 50%와 수수료를 내고, 자신이 지정한 날에 나머지를 나눠 낸다. 단 나머지 금액은 결제일 이후 1달 내에 내야 한다. [소비의미학 캡처]

소비의미학 결제 과정. 구매처와 가격이 나온 상품의 온라인몰 페이지를 캡처해서 소비의미학 웹사이트에 올린 후 지금 총액의 50%와 수수료를 내고, 자신이 지정한 날에 나머지를 나눠 낸다. 단 나머지 금액은 결제일 이후 1달 내에 내야 한다. [소비의미학 캡처]

이용 수수료는 얼마나, 누가 내나요.  

총 결제액의 1~3% 수준이에요. 이 수수료는 첫 결제를 할 때 할부 금액과 함께 냅니다. 예를 들면 2만원 짜리 물건을 분할 구매 시 500원의 수수료가 책정됩니다. 첫 달 결제에 1만500원을 내고, 다음 달에 1만원을 결제하는 구조예요. 꽤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의미학 측은 돈이 상환되지 않았을 때를 고려해 최소한의 비율로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해요. 해외의 BNPL들은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받아요. 수수료율은 카드사보다 높지만 가맹점은 기꺼이 돈을 내요. 광고 효과와 사용자 유입 효과가 좋고, BNPL을 통해 방문한 소비자의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랍니다.

소비의미학이 제휴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플랫폼이 BNPL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방문자 유입이 이루어진다.

소비의미학이 제휴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플랫폼이 BNPL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방문자 유입이 이루어진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기존 신용 평가 모델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소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Z세대가 바로 그렇죠. 이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주도적이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죠. 스니커즈를 샀다 되팔거나, 유튜브에 콘텐츠를 업로드해 스트리밍 수익을 내는 식으로요. 비록 안정적이진 못해도 시장에서 Z세대의 영향력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Z세대에게 소비의 기회를 주는 서비스는 필요하다고 봐요.

단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BNPL은 소비자의 신용과 무관하게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큰 편이에요. 이런 위험을 줄이려고 BNPL 업체는 소비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해요. 가맹점은 이 분석 데이터를 제공받아요. 가맹점은 고객 데이터와 비싼 수수료를 맞바꾼 셈이죠. 소비의 미학은 현재 가맹점이 없으니, 리스크 감당 차원에서 사용자에게 최소한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고 있어요.

고가의 가구에만 집중한 '로마드'의 웹페이지.

고가의 가구에만 집중한 '로마드'의 웹페이지.

어떤 제품을 살 때 BNPL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을까요.

가격이 부담돼 선뜻 사는 것은 어렵지만, 막상 사면 만족도가 높을 제품이 적당하다고 봐요. 국내에선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가구나 가전 아이템이 대표적이죠. 올해 런칭한 해외 프리미엄 가구 구매 BNPL 서비스 ‘로마드’는 누적 다운로드가 벌써 5만건, 구매 전환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금융 트렌드가 달라졌다는 게 실감나요. 또 눈여겨보고 있는 게 있나요.

Z세대는 투자도 달라요. 요즘은 공간·자산의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어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가상 어스2'나 소액으로 소유권을 구매해 공동으로 갖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조각 투자’도 있어요. 취미 생활과 투자를 연계한 형태도 급부상 중이에요.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소유하는 동시에 투자하는 국내 서비스 '뮤직카우'나 빈티지 와인, 클래식 자동차 등 고가 상품을 주주 개념으로 공동 소유하는 '랠리'가 눈에 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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