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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설비 철거 위기…‘지진촉발’ 지열발전소 부지, 포항시가 사들여

중앙일보

입력

포항 지진의 원인이 됐던 경북 포항시 흥해읍 지열발전소 전경. 송봉근 기자

포항 지진의 원인이 됐던 경북 포항시 흥해읍 지열발전소 전경. 송봉근 기자

경북 포항시가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 건립 예정 부지를 사들였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건립 과정에서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지목된 곳이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지열발전소 부지를 소유한 넥스지오, 채권자와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대 1만3843㎡ 매매 계약을 했다. 땅 소유자인 넥스지오는 경영난으로 2018년 1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절차를 밟는 중이며 채권자들은 땅을 경매로 파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포항시는 시민 요구에 따라 지금까지 지열발전소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속해서 협의해 왔다.

포항시가 지열발전소 용지를 매입하게 된 계기는 지열발전소 채권단인 신한캐피탈이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업체와 한화 약 19억원(160만 달러)에 시추기 매각 계약을 맺으면서다. 매각 계약을 맺은 후 약 6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인도네시아 업체가 시추기 철거에 들어가면서 포항시민이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를 비롯한 장비들이 철거되면 포항 지진이 일어나게 된 진상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증거자료가 사라지게 된다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무총리 산하 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열발전 사업 부지를 보전하고 시추기·폐수·시추암편 등 관련 물건을 보관하도록 산업부와 채권단에다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반발 목소리에도 해당 업체가 시추기 철거 작업을 중단하지 않자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지열발전소 부지 현장을 찾아가 업체 측과 대화했다.

지난해 8월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시추기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가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시추기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가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포항시는 산업부와 함께 지열발전소 용지를 매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항시와 산업부는 각각 30%, 70%의 비율로 용지매입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산업부와 대한지질학회 등은 지하 4㎞에 있는 지열정 1∼2㎞ 지점에 심부 지진계를 설치하고 지표 지진계, 지하수 수위 및 수질 변화 관측 센서, 지표 변형 관측소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포항시와 협력해 지표지진계 20곳, 지표변형 관측소 3곳 등 설치 위치를 선정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포항시는 정부 주도로 장기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지열지진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열발전 용지 확보로 안전관리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일어났다. 포항지진 정부합동조사단은 2019년 3월 20일 포항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건립과정에서 촉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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