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 손맛은 '여기'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13:17

업데이트 2021.05.25 13:25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편집자주〉

이탈리아 최초의 제면기
마르카토 아틀라스180 클래식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파스타 레시피를 건네준 이탈리아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탈리아인의 부엌에는 반드시 이것이 있다”고.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의 비밀병기는 ‘마르카토 아틀라스180 제면기’다. 이탈리아 최초 제면기는 어떻게 90년 동안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천편일률적인 건면으로 만든 파스타 대신 손수 반죽한 쫄깃쫄깃 생면 파스타를 맛보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직접 요리한 건강한 음식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고 믿기에, 오늘도 나는 ‘아틀라스180’을 꺼내 생면을 만든다.

마르카토 아틀라스 180 클래식. 단순한 구조와 작동법으로 손쉽게 생면을 만들 수 있는 제면기다.

마르카토 아틀라스 180 클래식. 단순한 구조와 작동법으로 손쉽게 생면을 만들 수 있는 제면기다.

‘마르카토 아틀라스 180 클래식’은 어떤 제품인가요

파스타 생면을 만드는 기계예요. 1930년 시작한 이탈리아 최초의 제면기로 유명해요. 제품명에 붙은 ‘180’은 롤러와 제면 틀 사이의 폭을 뜻해요. 150㎜와 180㎜ 두 가지 버전이 있고, 제가 쓰는 180이 폭이 넓어 한 번에 많은 양의 면을 뽑을 수 있어요.

이 제면기를 사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연세가 지긋한 이탈리아 할머니 옆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베니스에서 먹었던 파스타 면의 질감이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를 건네자, 저에게 제면기를 추천해주셨어요. 집에서도 생면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 가정 주방의 필수 아이템으로 이 기계를 추천해주셨죠.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도 함께요. 그 후 자취를 시작하면서 파스타를 거의 주식으로 먹다시피 했어요. 매번 건면 파스타만 먹다 보니 생면 파스타를 만들어볼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죠. 밀대를 이용해 생면을 만들어보니 다음날 팔에 극심한 근육통이 왔어요. 그때 불현듯 할머니가 추천해준 기계가 생각났어요. 고민 없이 바로 아마존으로 직구했죠. 결과는 대만족이었고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건면이 많은데, 굳이 제면기를 쓰는 이유는요.

제가 파스타 덕후라서요. 건면으로 만든 것과 금방 뽑은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의 맛 차이는 엄청나거든요. 번거롭지만 저는 맛을 선택했답니다. 또 손수 만들어 먹는 요리에 관심 많은 사람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처음 만든 생면으로 공들여 라구파스타를 만들었어요. 남아있던 푹 곤 꼬리곰탕에 토마토와 양파, 마늘을 넣고 요리했습니다. 건면보다 질감이 부드럽고 면의 구수한 맛이 나서 좋았어요. 생면은 소스의 풍미도 훨씬 잘 느껴지게 하는 매력이 있더군요. 만드는 과정은 수고로우나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어떤 양념보다 맛있습니다.

사용이 어렵진 않나요.

제면기는 본체와 수동 핸들, 고정대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구조입니다. 본체를 테이블에 놓고 고정대를 이용해 고정한 후 반죽을 넣고 돌리는 방식입니다. 반죽 두께는 총 10단계의 레버로 조절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가장 두꺼운 두께인 0단계에서 시작해 그날 만들 파스타에 어울리는 면의 두께로 숫자를 조절하면서 여러 번 돌리면서 반죽을 늘려요. 원하는 두께가 되면 두 개의 면 커팅기 중 하나를 이용해 자릅니다.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기계는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사용자가 편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주방 도구는 속도전이 생명이잖아요. 단순한 형식으로 단시간 내에 제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파스타면은 달걀과 단백질이 풍부한 세몰리나 혹은 카푸토 밀가루로만 만들어요. 그렇다 보니 반죽이 된 편입니다. 이 반죽을 밀대로 밀면 잘 밀리지 않을뿐더러 두께도 일정치 않아요. 아무리 밀어도 반죽은 얇아지지 않아요. 부작용으로 팔뚝만 두꺼워질 뿐이죠. 반면 제면기에 한 번만 돌리면 마술같이 반죽이 고루 펴집니다. 면을 만드는데 10분이면 거뜬해요. 생면은 익는 속도가 빨라 면만 준비되면 요리 시간이 훨씬 줄어요.

반죽 두께를 결정하는 레버. 숫자가 커질수록 롤러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반죽이 얇아진다.

반죽 두께를 결정하는 레버. 숫자가 커질수록 롤러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반죽이 얇아진다.

식탁이나 조리대에 고정할 수 있는 고정대. 어떤 테이블에도 고정이 가능하다.

식탁이나 조리대에 고정할 수 있는 고정대. 어떤 테이블에도 고정이 가능하다.

제면기 같은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가격보다는 위생과 내구성을 집중적으로 봤어요. 아무래도 음식을 만드는 주방 도구이다 보니 안전한 기계인지가 가장 중요했어요. 청소가 쉬운 것도 중요해요. 이 제품은 제면 틀을 쉽게 분리해 면 조각을 남김 없이 청소할 수 있어요. 또한 롤러에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금속 산화막을 만드는 금속 표면 처리 공법인 ‘아노다이징 공법’을 사용했는데, 금속끼리 부딪힐 때 쇳가루가 생기지 않게 하는 세계 특허기술이라고 해요. 일반 스테인리스보다 마모가 적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구매 결정에 크게 작용했어요. 몇 번 쓰고 버릴 게 아니라 오래 두고 쓰고 싶었거든요.

사용 후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요.

10점 만점이라면 9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해요. 우선 생면을 반죽이 간단하고 쉬워요. 면의 두께를 조절하는 롤러를 0단계부터 7단계까지 하나씩 높여가며 10여 차례만 돌리면 완벽한 반죽이 만들어져요. 그 후 제면 틀에 넣고 돌리면 면이 바로 완성되죠. 요리를 끝낸 후, 모든 틀을 분해해 붓으로 툭툭 털어주면 청소도 깔끔해요. 만점을 주지 못한 섭섭한 이유는 만들 수 있는 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에요.

이 제품을 만든 메이커를 특별히 칭찬하고 싶은 점이 있다고요.  

제면기 롤러에 미세한 주름을 음각으로 새겨놓은 점이요. 수만 개의 미세한 주름이 면에 입혀지는 거죠. 생면은 소스 간이 잘 배도록 요리하기 어려울 거란 선입견이 있어요. 이 제품은 면의 미세한 주름 사이로 양념이 잘 스며들어선지 맛이 달라요.

제면기를 사용해 면을 만드는 모습. 계란 노른자와 카푸토 밀가루만 있으면 이탈리아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면이 금방 탄생한다.

제면기를 사용해 면을 만드는 모습. 계란 노른자와 카푸토 밀가루만 있으면 이탈리아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면이 금방 탄생한다.

제면한 탈리아텔레 면으로 만든 봉골레파스타. 면이 완성되고 나면 조리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제면한 탈리아텔레 면으로 만든 봉골레파스타. 면이 완성되고 나면 조리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아쉬운 점은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5만원 정도 저렴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밥이 주식이다 보니 제면기를 매일 사용하지 않겠죠. 20만원 가까운 가격을 주고 기계를 사서 연례행사로 사용한다면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돼요.

이 제면기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처음 반죽을 넣고 돌릴 때 0단계에 맞춰 여러 번 돌려주세요. 반죽을 접고 돌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 기포가 빠져나와 글루텐이 잘 잡힙니다. 그래야 면이 쫄깃쫄깃해져요. 또 한 가지는 한번 면을 뽑을 때 두세 번 먹을 양을 만들어두면 편해요. 제아무리 간단한 과정이라도 매번 제면기를 사용하기는 힘들어요. 생면을 만들어 건조대 위에 올려두면 금세 건면이 됩니다. 이렇게 면을 말리면 며칠 거뜬히 먹을 수 있어요. 심지어 막 만든 생면보다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이 난답니다.

마카토 아틀라스 제면기
제조사 Marcato S.p.A(이탈리아)
구성품 아틀라스 180 제면기 본체, 수동 핸들, 고정대
재질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폴리카보네이트
크기 325×190×180㎜(가로×세로×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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