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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골목에 숨겨진 소문의 ‘와인 성지’를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편집자주〉

와인 판매점 #성수 새마을구판장

와인 애호가라면 새마을구판장에 대한 소문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와인 리스트가 어마어마하대’ ‘잘만 고르면 몇 만원이나 싸게 살 수 있데' 같은 이야기들이다. 과연 소문은 사실일까? 궁금증을 안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와인 성지 새마을구판장을 찾았다. 재즈 선율이 흐르는 작은 공간에서 젊은이들부터 연륜이 느껴지는 노부부 등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진지하게 와인을 고르고 있었다. 그것도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낯설어도 너무 낯설었던 새마을구판장. 단순히 싼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좋은 와인을 만나는 '경험'이 있는 공간이다. 

서울 자양동 새마을구판장에서 좋아하는 와인 한병을 샀다. 미국 나파밸리 와인 ‘덕혼 패러덕스’는 주로 부부 선물이나 기념일 선물로 구매하는데, 이곳에서 몇 만원이나 저렴하게 구매했다. [사진 양나희]

서울 자양동 새마을구판장에서 좋아하는 와인 한병을 샀다. 미국 나파밸리 와인 ‘덕혼 패러덕스’는 주로 부부 선물이나 기념일 선물로 구매하는데, 이곳에서 몇 만원이나 저렴하게 구매했다. [사진 양나희]

‘새마을구판장’은 어떤 공간인가요.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 안에 있는 새마을구판장은 최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와인 성지’로 불리고 있어요. ‘구판장’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용품 등을 공동으로 구입해 조합원에게 싸게 파는 곳’을 말해요. 쉽게 말하면 ‘마트’입니다. 문을 연 지 40년 정도 됐고, 와인을 팔기 시작한 건 3~4년 전부터입니다. 와인을 좋아해 새마을구판장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던 중 4월 말 궁금증을 안고 첫 방문을 했습니다. 가보니 이곳이 와인 성지인 이유를 알겠더군요. 가장 큰 요인은 ‘합리적인 가격’이었고, 와인애호가의 입소문도 한몫했습니다. 와인이 기호품이라 그런지 ‘어떤 와인이 맛있다’ 또는 ‘어디가 싸더라’ 하는 정보는 비교적 빨리 돌더라고요.

많은 와인숍 중 이곳을 리뷰하려는 이유가 있나요.  

전통시장과 와인. 뭔가 흥미로운 공간일 것 같지 않나요? 먼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호기심이 생겼어요. 특히 사람들이 ‘와인 성지’라고 부르고 구매 인증샷까지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와인을 살 수 있는 곳은 많아요. 단순히 와인을 싸게만 파는 데라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대형마트나 와인숍도 특가상품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새마을구판장 와인코너 입구. ‘새마을’스러운 녹색 컬러와 모던한 간판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새마을구판장 와인코너 입구. ‘새마을’스러운 녹색 컬러와 모던한 간판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마트이면서도 당차게 ‘와인 판매처’란 입 간판을 달고 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마트이면서도 당차게 ‘와인 판매처’란 입 간판을 달고 있다.

첫인상은 어땠나요.  

새마을구판장 와인코너는 매장 옆에 딸린 작은 공간이에요. 생각보다 좁고 아담했습니다. 와인코너에 들어가면 경쾌한 재즈 음악이 들려요. 젊은 청년, 중년 부부, 할아버지까지 한데 모여서 와인을 고르고 있었어요. 와인을 고르다 곳곳에서 ‘우와’하는 탄성을 지르더군요. 아마 좋은 와인을 발견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주의 깊게 와인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새마을구판장이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 역에서도 멀고, 주차도 쉽지 않거든요. 불편함을 감수하고 올 정도면 얼마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겠어요.

와인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유통 관점에서 일단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비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공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 와인숍도 가봤지만 가격대가 비싸면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와인은 워낙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적절한 와인을 추천해주는 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새마을구판장의 와인코너 직원들은 와인에 대한 수준이 상당했습니다.

방문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요.

제 점수는 9점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어요. 먼저 구비하고 있는 와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 놀랐습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엔트리급 와인부터, 와인애호가들을 위한 와인까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와인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는 직원들이 있어 이곳에서라면 누구나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선택한 와인에 대한 만족도도 높겠죠. 친절한 직원들이 먼저 고객에게 다가와 도움을 주는 것이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10점에서 1점을 뺀 것은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주차 시간도 꽤 걸렸습니다. 접근성은 양날의 검인데, 오히려 시간을 내서 힘들게 찾아갔기 때문에 더 많은 와인 구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날 구매한 와인과 각종 주류들. 자주 오기 힘들어서, 왔을 때 되도록 많이 사게 된다. [사진 양나희]

이날 구매한 와인과 각종 주류들. 자주 오기 힘들어서, 왔을 때 되도록 많이 사게 된다. [사진 양나희]

가격은 어때요. 합리적인가요.

와인 가격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새마을구판장의 모든 와인이 저렴한 건 아닙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잘만 고르면 보물찾기처럼 좋은 와인을 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죠. 저는 여기서 얼마 전 지인 부부에게 선물한 ‘덕혼 페러덕스’를 구입했습니다. 선물로 샀을 때보다 몇 만원씩이나 더 저렵하게 샀습니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죠. ‘와인성지’란 말에 왜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위스키나 양주도 몇 종류 있었는데, 글렌피딕 12년산도 샀습니다. 동행한 지인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사라고 조언했거든요.

이곳에서 꼭 해야할 것이나, 이곳을 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와인 검색 앱 ‘비비노'(Vivino)는 필수입니다. 카메라로 와인 라벨을 찍으면 해당 와인에 대한 평점을 볼 수 있고, 리뷰도 남길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비비노 평점이 3.5 이상이면 ‘괜찮은 와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관적인 기준이어서 참고만 하세요. 저는 비비노앱을 켜고 맛을 상상하면서 와인을 고릅니다. 저 말고도 새마을구판장에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와인을 고르고 있었어요. 비비노 앱도 많이 이용하더군요.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새마을구판장에서 와인을 산 뒤에 꼭 자양전통시장을 구경해보시길 권해요.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새마을구판장과 같은 트렌디한 콘텐츠가 계속 계속 나오길 바랍니다.

이 공간을 기획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아마도 새마을구판장의 초대 사장님이겠네요. 지금은 사장님의 두 아들이 2대째 맡고 있어요. 초대 사장님이 와인을 좋아해서 몇 종류의 와인을 매장 구석에 들여놓은 게 새마을구판장 와인판매의 시작이었다고 해요. 전통시장과 와인의 조합이 그렇게 시작됐던 거죠. 그런 사장님께서는 고객 중심 마인드를 곳곳에 녹여 넣으셨어요. 제가 와인코너에 들어가니 한 직원이 음료를 건네더군요. 음료를 제공하게 된 데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더운 여름날 멀리서 고객이 와인을 사러 왔다고 합니다. 고마운 마음에 시원한 보리차를 드렸대요. 보리차 이후 지금까지도 고객에게 작은 음료를 주는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사소하지만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또 최대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엿보였어요. 이 역시 멀리서 찾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1시간 넘게 운전해서 갔지만,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사고 나니 뿌듯했습니다.

새마을구판장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로13나길 14
영업시간 매일 09:00~23:30
와인코너 판매 품목 주류(와인‧위스키‧양주), 가공식품군(파스타면 외), 안주류(치즈, 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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