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국읽기

‘4’자로 풀어보는 미·중 경쟁

중앙일보

입력 2021.05.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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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기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무한 경쟁의 미·중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나. 얼마 전 중국의 정융녠(鄭永年) 박사가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대응 등을 ‘4’자를 이용해 풀어 눈길을 끈다. 정융녠은 중국의 정치외교 분야에서 중화권 최고 학자로 꼽힌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초청한 좌담회에 참석해 ‘시 주석 책사’란 말이 나오는 등 그의 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국의 대중 정책을 ‘4분(四分)’과 ‘4전(四全)’으로 설명한다. 4분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구사하는 ‘4개 분화(分化, 분열)’ 책략을 뜻한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 간의 분열, 중국 공산당과 중국 공산당 집단지도체제 사이의 분열, 한족(漢族)과 소수민족 간의 분열, 중국 대륙의 중국인을 뜻하는 ‘중(中)’과 해외 및 홍콩·마카오·대만에 거주하는 화인(華人)을 의미하는 ‘화(華)’ 사이의 분열을 가리킨다.

중국읽기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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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미국은 ‘4전’ 책략도 구사 중이다. 전(全)정부적으로, 전사회적으로, 전방위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역량을 동원해 중국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4분이 중국의 내부 분열을 꾀하는 것이라면 4전은 외부와 연대해 중국을 누르기 위함이다. 정융녠은 현재 미·중 관계도 4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미·중은 이미 전면적인 경쟁시대에 진입했으며 여기엔 협력과 경쟁, 대항과 충돌의 4개 요소가 다 있다.

둘째, 미국은 중국이 진정한 해양대국이 되는 걸 막고자 한다. 셋째, 대만문제는 미·중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넷째, 미국은 이미 ‘포스트 키신저 사고’에 들어갔다. ‘키신저 사고’에선 세계를 미-중-러의 삼각 구도로 본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는 미국에 골칫거리는 될지언정 위협은 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이 진정한 위협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포스트 키신저 사고’는 인도가 러시아를 대신해 미-중-인의 삼각 구도를 이루는 걸 말한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4개 대책이 있다. 첫 번째는 미국과 경쟁하거나 협력할 리스트를 세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개방. 더 큰 개방으로 세계의 자본을 중국으로 흘러들어오게 해 미국의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포스트 키신저 사고에 대한 적응. 미-중-러의 옛 사고에 연연하지 말고 인도를 중시해야 한다. 네 번째는 대만문제는 단기적 도전이고 남중국해 문제는 장기적인 도전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융녠의 분석을 보면 미·중 모두 상대 또는 상대 진영을 분열시켜 그 힘을 약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음이 읽힌다. 적전분열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걸 역으로 말해준다. 쪼개지는 자가 지는 것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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